갈 곳 잃은 개미들, 솟아날 구멍?…'구박덩어리' 지주회사 반란

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2023.10.25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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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영풍제지 발 하한가 사태도 발생해 국내 증시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반등할 종목이 무엇일지 옥석 고르기가 한창이다. 증권가에서는 자체 사업을 가지고 있거나 자회사를 비상장 상태로 둔 지주사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갈 곳 잃은 개미들, 솟아날 구멍?…'구박덩어리' 지주회사 반란


24일 증시에서 SK (163,400원 ▲2,100 +1.30%)는 전 거래일 대비 100원(0.07%) 오른 14만1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물산 (151,100원 ▲1,000 +0.67%)은 900원(0.85%) 내린 10만4600에 동아쏘시오홀딩스 (112,300원 ▼1,700 -1.49%)는 300원(0.32%) 하락한 9만4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LG (78,900원 ▲1,000 +1.28%)는 800원(1.00%) 내린 7만9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지주사 주가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SK는 주가가 꾸준히 하락해 올해 들어서만 25%가량 빠졌다. 삼성물산과 동아쏘시오홀딩스는각각 8%, 7% 하락했다. LG는 연초 대비 1% 올랐으나 최근 낙폭을 키우며 횡보세에 접어들었다.

지주사 주식은 주가가 실적에 비례해 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곤 한다. 지주사가 자회사를 증시에 상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회사가 상장되면 지주회사 주주들은 성과를 자회사 주주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



자회사의 성장성이 두드러지거나 수익성이 개선돼도 자회사가 상장돼 있다면 투자자의 수급은 지주사 보다 자회사에 몰리는 경우가 많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에는 지주사와 자회사가 이중상장 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지주사 투자지분 가치 중에서 상장 자회사의 지분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지주사 할인율이 크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SK, 삼성물산, 동아쏘시오홀딩스, LG 등을 주목한다. 여타 지주사와 달리 주요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았고 자신만의 사업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SK·LG·동아쏘시오홀딩스는 비상장 자회사가 효자 노릇 톡톡…삼성물산은 자체 사업으로 주가 부진 돌파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SK는 비상장 자회사 SK E&S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기업 가치 재평가가 가능할 전망이다. SK E&S는 액화천연가스(LNG) 조달처를 확보해 유가 상승에 따라 LNG 가격도 동반 상승할 경우 거래 수익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K E&S는 인도네시아, 호주 등과 계약을 통해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도입해왔다. 2025년부터 호주 해상 가스전 등이 가동되면 연간 650만톤의 LNG를 확보할 수 있다.


발전도매단가(SMP)도 2021년부터 강세를 보이는 만큼 SK E&S의 수익성 개선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올해 7월부터 1095메가와트(MW) 규모의 여주발전소가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SK E&S는 국내 최대 민간 발전사업자가 된다. SK E&S는 영업이익도 꾸준히 늘어왔다. 2020년 2412억원에서 2021년 6192억원으로 지난해에는 1조4191억원을 기록했다.

LG는 주요 자회사 LG CNS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는 덕택에 기업 가치가 한단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LG 그룹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며 계열사들의 디지털 전환 관련 투자가 확대된 덕택이다. LG CNS의 매출은 2021년 4조원을 돌파한 뒤 지난해 5조원에 근접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도 자회사 동아제약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헌 연구원은 "오쏘몰 매출 성장세에 힘입어 동아제약의 실적이 증가함에 따라 동아쏘시오홀딩스 배당 확대 기반도 마련되고 있다"며 "자회사 토지매각 등으로 내년에 상당 부분의 현금을 확보해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신규 투자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물산은 풍부한 수주 물량을 토대로 기업 가치가 재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현대건설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터널 공사 등을 수주했다. 지난 1월에는 사우디 국부펀드와 대규모 모듈러 주택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원전도 삼성물산이 힘을 쏟는 분야다.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수주를 위해 삼성물산은 미국 차세대 원전 제조사 뉴스케일에 7000만달러(한화 약 940억원)를 투자했다. 현재 동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 시장에서 뉴스케일의 SMR 사업에 포괄적으로 협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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