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연 4.00~4.05%(12개월 만기 기준)에 형성됐다. 이는 한창 시장금리가 하락하던 5월 초(3.40~3.46%)에 비해 은행별로 0.59~0.65%포인트(P) 상승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적금 상품 최고금리는 3.65~4.40%로 5월 초와 비교해 변동이 없었다.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 5월 4일 3.600%에서 지난 20일 4.108%로 0.508%p 상승했다. 실제 예금금리 인상폭과 비슷한 수준으로 뛴 것이다.
은행권이 예금금리를 신속하게 올리는 데 비해 적금금리를 크게 개의치 않는 것은 자금조달에서 정기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말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42조2907억원으로 정기적금(43조5288억원)의 약 20배에 달한다.
예금이 적금보다 규모가 큰 것은 은행과 금융 소비자 모두에게 예금이 더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적금은 한 달마다 돈이 들어와 단기자금으로 분류되고 예금은 한 번에 목돈이 들어와 장기자금으로 분류된다. 은행은 수신(예금·적금·은행채 등)자금으로 대출을 내주기 때문에 한 번에 장기자금이 들어오는 게 유동성 비율을 관리하고 대출 전략 등을 수립하는 데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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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도 마찬가지다. 목돈이 있다는 전제하에서는 굳이 예금보다 적금을 들 이유가 없다. 적금금리가 더 높더라도 매월 납입금에 이자가 붙는 구조이므로 만기 시에 받는 이자는 적은 편이다. 실제 원금 1200만원으로 12개월 만기 금리 10% 상품에 가입하면 예금은 120만원, 적금은 64만원의 이자(세전)를 받게 된다. 수익률이 절반 수준인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은행들도 통상적으로 적금금리를 예금금리보다 높게 설정할 수 있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과 고객 둘 입장에서 모두 적금보다는 예금이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예금금리에 더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적금은 규모가 작고 메리트가 적은데, 금리를 바꿀 때에는 회의를 따로 열고 매뉴얼을 변경해야하는 등 오히려 투입비용이 더 커서 기민하게 바뀌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