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불똥' 키움증권, 레버리지 투자 급제동

머니투데이 홍재영 기자 2023.10.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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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사진=뉴스1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대규모 미수금을 떠안게 된 키움증권이 급히 종목별 신용거래 관리에 착수했다.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뒤늦게 신용거래 관리에 나선 셈이지만 이미 시장의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한 상태다. 키움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개인투자자 비중이 가장 많은 증권사로, 개인들의 '빚투' 증가 속 늘어난 신용융자 수수료로 호실적을 올려왔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이날부터 15개 종목에 대한 위탁증거금을 100%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위탁증거금 100% 종목이 되면 신용융자 및 담보대출이 불가능해 진다. 키움증권은 공지에서 위탁증거금률 변경 사유를 '기타 미결제위험 증가'라고 설명했다.



해당 종목은 △유니트론텍 (5,480원 ▲150 +2.81%)와이랩 (13,750원 ▼470 -3.31%)화인베스틸 (1,361원 ▼1 -0.07%)에코프로 (106,000원 ▼2,100 -1.94%)포스코DX (40,250원 ▼950 -2.31%)레인보우로보틱스 (171,100원 ▼1,200 -0.70%)POSCO홀딩스 (394,500원 ▲2,000 +0.51%)이수페타시스 (38,150원 ▲1,550 +4.23%)인벤티지랩 (10,320원 ▼100 -0.96%)한미반도체 (137,200원 ▲700 +0.51%)LS네트웍스 (4,630원 ▲270 +6.19%)이랜시스 (6,260원 ▼50 -0.79%)에코프로비엠 (236,000원 ▲2,000 +0.85%)신성에스티 (31,200원 ▲2,500 +8.71%)우리로 (1,459원 ▲17 +1.18%)다.

이차전지, 로봇 등 테마 업종으로 묶여 올해 주식 급등락 폭이 큰 종목들이 대상이 됐다. 지난 18일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수천억원대의 미수금이 발생하자 뒤늦게 급등락 종목에 대한 위험관리에 나선 셈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들 15개 종목에 대한 미수금은 지난 20일 기준 67억원이다.



영풍제지 '불똥' 키움증권, 레버리지 투자 급제동
키움증권이 해당 15개 종목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하기 전 POSCO홀딩스와 한미반도체에 대한 증거금률은 20%에 그쳤다.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에코프로비엠 증거금률은 30%였고 나머지 11개 종목은 40%였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들 15개 종목에 대한 미수금은 지난 20일 기준 67억원이다. 개인이 선호하는 급등락 테마주들에 대한 증거금률을 을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해 신용을 통한 '빚투'가 가능하도록 열어뒀던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키움증권이 높은 신용융자 수수료를 포기 못한 탓에 리스크 관리에 허점이 생겼다고 지적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키움증권 영업이익은 5697억원인데, 이중 신용거래 융자이자로만 1194억원을 벌어들였다.

키움증권이 부랴부랴 15개 종목 레버리지 투자를 막은 것은 영풍제지 탓이다. 영풍제지는 올해 주가가 최대 10배 급등하며 시장에서 이미 시세조종 의혹을 제기해왔던 종목이다. 이에 타 증권사들은 대부분 영풍제지에 대한 증거금률을 100%로 올려 개인들의 레버리지 투자를 막아왔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영풍제지가 하한가로 떨어진 지난 18일까지도 위탁증거금을 40%로 유지하다가 금융당국이 영풍제지 거래를 정지시킨 19일에서야 100%로 상향 조정했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해 고객 위탁 계좌에서 미수금 4943억원이 발생했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에 발생한 미수금은 키움증권의 연결 기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5697억원에 육박하는 큰 규모다. 이에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키움증권 주가는 전일 대비 2만4000원(23.93%) 급락해 7만6300원을 기록했다. 2021년 1월11일 장중 기록한 연고점(16만7500원)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키움증권 측에서는 반대매매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수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증권가는 영풍제지 거래재개 이후 하한가가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미수금으로 인한 손실 규모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최악의 경우 반대매매도 불가능해 아예 전부 손실처리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영풍제지가 급등세를 타기 전 주가인 3000원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앞서 SG발 주가 폭락 사태에 더해 영풍제지까지 키움증권의 리스크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초대형 IB(투자은행) 꿈도 요원해졌다는 게 업계 평가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영풍제지 거래 재개 직후 하한가가 풀리면 반대매매가 가능해져 손실이 적겠지만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할 경우 약 2000억원, 5거래일 연속의 경우 약 35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미수금 관련 손실 비용과 신용융자 관련 이자수익 감소 가능성 등을 반영해 키움증권의 2023년·2024년 이익 전망치를 각각 26%, 7% 하향 조정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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