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보는 금융감독당국의 곱지 않은 시선···후폭풍 있을까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3.10.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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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영풍제지 불공정 거래 의혹과 관련해 시세 조종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신모씨와 김모씨가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주가 조작 자금을 모집하는 등 영풍제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2023.10.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영풍제지 불공정 거래 의혹과 관련해 시세 조종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신모씨와 김모씨가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주가 조작 자금을 모집하는 등 영풍제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2023.10.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영풍제지 (1,866원 ▼1 -0.05%) 주가조작 사태로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한 키움증권 (131,400원 ▼1,200 -0.90%)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선이 곱지 않다.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키움증권은 미수거래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키움증권을 비롯한 증권가 전반에 유사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23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영풍제지와 키움증권 사태대책을 묻는 본지 질문에 "얼토당토 않은 일이 발생했다"며 "당장 검사는 정해진 바 없지만 (키움증권이) 정신을 좀 더 바짝 차려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키움증권이 리스크관리에 허점이 있었다고 보지만 당장 제재 등의 조치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증권업계 전반이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키움증권은 SG증권 발 라덕연 주가폭락 사태에 이어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로 구설에 오르면서 당국의 집중 관리 대상이 됐다. 또 다른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 고유의 리스크 관리 허점과 키움 비대면 고객군의 특성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나타난 결과"라고 짚었다. 그는 "거래량이나 거래패턴 등을 보고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은 (증권사) 책임은 있지만 전체 계좌가 하나의 작전세력인 걸 알고도 주문 수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한 키움증권 미수금 규모는 20일 기준 약 4943억원이다. 영풍제지 거래정지 전 3일 평균 거래대금이 3464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수거래가 비정상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고 키움증권에 쏠림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1년간 영풍제지 주가가 1031% 급등하는 등 이상 현상을 보였는데도 키움증권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면서 주가조작 통로로 활용됐다. 올 상반기 대규모 주가조작 사태가 발생한 뒤 대형증권사가 영풍제지 미수거래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조정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였다. 주가 조작 혐의를 받는 세력이 100여개에 달하는 계좌로 영풍제지 시세를 조종했는데 이 계좌 중 상당수가 키움증권 계좌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모습.  2023.7.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모습. 2023.7.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융당국은 현재까지 다른 증권사로까지의 영향은 적을 것으로 파악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다른 곳은 이미 오래전부터 리스크 관리해왔던 것 같다"면서도 "유사 사례가 있는지, 미수채권이 발생한 증권사는 없는지, 이상한 종목들의 증거금이 낮게 설정돼 있지는 않았는지 등을 살펴보고 증권사 리스크 관리 지도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8월 영풍제지 주가 흐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가파른 주가 상승에 한국거래소가 영풍제지를 두 차례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지난 9월 당국은 관련 혐의가 있는 계좌를 포착하고 패스트트랙(긴급조치)을 통해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이첩했다. 검찰은 주가조작 일당이 100여개 계좌로 범행 은폐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지난 17일 이들을 체포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주가 조작 일당이 모기업인 대양금속 (1,863원 ▲3 +0.16%)과 연결되지 않았는지 등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양금속이 지난해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영풍제지 인수 자금을 조달했고 CB는 피인수기업인 영풍제지가 취득했다. 무자본 인수합병(M&A)과 더불어 차익 실현을 위해 주가조작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이를 따져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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