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IFRS17發 '장수 리스크'..보험사별 순익 수천억씩 깎인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3.10.23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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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IFRS17發 '장수 리스크'..보험사별 순익 수천억씩 깎인다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연금보험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들이 3000억~40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이 깎일 전망이다. 보험계약자들의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장수 리스크'를 올해말 한꺼번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금보험을 본격 판매한 1990년대 이후 계약자의 평균 수명은 72세에서 83세로 길어졌다.

22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IFRS17 도입 첫해인 올해 12월 생보사들은 '장수 리스크'를 실적에 대폭 반영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 이후 연금보험 판매를 시작한 생보사들은 2020년 이후부터 연금보험 지급기간이 본격적으로 도래했다. IFRS17이 도입되기 전에는 실제 지급한 보험금만 실적에 직접 영향을 줬지만 올해 12월 결산부터는 계약자가 당초 예상한 것보다 오래 살 가능성을 계산하고 이에 따라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연금보험금(손실액)을 추정해 순익에 반영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연금보험 판매를 한 1990년에는 72세였지만 2021년 기준으로는 83.6세가 됐다. 지난 30년 사이에 기대수명이 11.6세 늘었다. 향후에도 기대수명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별로 보유계약은 제각각이지만 지난 30년 간 평균 수명이 대폭 길어진 만큼 장수 리스크도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계약자가 생존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 지급 예상액도 대폭 늘어난다.

[단독]IFRS17發 '장수 리스크'..보험사별 순익 수천억씩 깎인다
보험사별로는 연금보험 판매액이 가장 많은 삼성생명은 12월에 3000억~4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손익에 반영해야 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한화생명, 교보생명도 각각 1000억~2000억원 규모로 순익이 깎일 전망이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올 상반기 순익은 각각 9742억원, 7037억원, 6715억원이었다. 삼성생명 기준으로 보면 상반기 순익의 3분이1 가량이 '장수 리스크'로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일부 중소형 생보사는 4분기 적자 전환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종신보험은 유리하고 생존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연금보험은 손실이 더 발생한다"며 "양쪽을 똑같이 손익에 반영하면 좋지만 IFRS17 회계 원칙상 이익은 이연하고 손실을 곧바로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12월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사별로 가정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장수 리스크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보수적인 가정에 따라 올해 리스크를 한꺼번에 모두 반영하는 보험사도 있지만 반대로 최대한 실적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느슨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 '고무줄 회계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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