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왕징 카이더몰에 입점한 백조의 호수 발레교습소 문이 20일 현재 굳게 닫혀있다./사진=우경희 기자
셔터 위에는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다. 일체 환불은 안 된다"는 내용의 백조의 호수 측 사죄문과 "백조의 호수가 일방적으로 폐업을 선언했으며 관련 손해에 대해 공안에 모든 신고를 마친 상태"라는 내용의 오피스 관리업체 측 경고장이 나란히 붙어있었다.
멀쩡히 수업하다가 한 밤에 "내일 폐업"…성수기에도 못 버텼다
베이징 왕징 카이더몰 내 한 어린이 종합 체육 교육시설. 20일 오후 할머니를 따라 온 어린이 한 명에 두 사람의 강사가 달라붙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사진=우경희 기자
현재 등록된 학생은 2098명, 떼이게 된 잔여 수강료는 3118만위안(약 58억원)에 달한다. 보다 못한 한 재력가 학부모가 직영 교습소 12곳 중 2곳(IKEA점·왕징카이더몰점)을 '0위안'에 인수해 수업 재개를 준비중인데, 전체 프랜차이즈는 이미 처분 절차에 들어갔다.
중국 여론이 백조의 호수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다. 지난 8월 중국 최대 어린이 발레교습 프랜차이즈 '이세 신데렐라'(Isee Cinderella, 灰姑娘)가 돌연 폐업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중국 내 50개 도시에 100개 이상의 센터를 운영한, 어린이 발레교습 대중화의 상징이 문을 닫은 거다. 그리고 석 달도 안 돼 베이징 대표 격인 백조의 호수까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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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3분기(7~9월)를 소위 '애들 장사'의 최대 성수기로 본다. 어린이 관련 산업군은 다 망해가다가도 3분기가 되면 형편이 편다. 1인 1만5000위안(약 276만원)이나 하는 백조의 호수 3분기 새 레슨 프로그램에도 폐업 직전까지 적잖은 어린이들이 몰렸다. 한 학부모는 "성수기까지 다 누리고 도망갔다"고 비난했지만, 달리 보면 마지막 노력에도 회생에 실패한 셈이다.
꺾이는 '소황제 경제'…고소득층 소비도 흔들리나
식사시간이 지나자 인적은 더 드물어졌다./사진=우경희 기자
그래서 이 '소황제(어린이) 경제' 업종의 불황은 더 의미심장하다. 내수부진 여파가 확산하며 상대적 고소득층에게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 내수경기의 지표인 9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5.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지만 자녀교육부터 지갑을 닫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가전제품(-2.2%) 등 고가제품 판매는 실제 줄었다.
중국 경제는 GDP(국내총생산) 저성장 우려 속에 내수소비 등 지표가 급락을 멈추고 위태롭게 지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전폭적인 회복을 말하긴 어렵다는 게 중국 내 중론이다. 디플레이션(장기 내수부진으로 인한 불황) 위기감도 여전하다. 9월 소매판매 증가율 5.5%는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3~5월 연속 10% 이상을 기록한 데 비하면 만족하긴 어려운 결과다.
한 재중 경제관료는 소황제 경제 업종 추이와 관련해 "최근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중산층 자산규모가 줄어들고, 경기부진으로 상대적 고소득자들의 가처분 소득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저출산으로 아예 어린이의 수 자체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