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 광주에서 열린 1차전 팀의 패배(2차전은 승리)를 지켜봤던 삼성 팬들은 "대구에서 열리는 경기는 다를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실제로 삼성은 3차전 1회 말부터 3점을 뽑아내며 초반 분위기를 가져왔다.

대구의 삼성 팬들은 홈에서 팀이 역전당하자 극도로 흥분했다. 이들은 경기장 안으로 온갖 쓰레기와 술병을 집어던졌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해태 선수단은 황급히 몸을 피했다.
버스 방화 사건은 이날 밤 9시45분쯤 발생했다. 팀의 역전패에 극도로 분노한 삼성 팬들은 대구시민운동장에 주차된 해태 선수단 버스를 목격, 유리창을 깨부수는 등 폭력적 행동을 보였다.
이들은 버스 파손에서 그치지 않고 불까지 질렀다. 해태 선수단 버스는 순식간에 화마에 휩싸여 전소됐다. 누군가의 119 신고로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흥분한 인파 때문에 접근조차 못 했다.
결국 경찰 병력까지 야구장에 파견됐다. 경찰은 난동을 부리는 관중들에게 최루탄을 쏘며 해산 명령을 내렸다. 경기장에서 1시간 넘게 갇혀 있었던 해태 선수단은 밤 11시가 넘어서야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갈등의 원인?…"응원 문화, 성숙하지 못했다"

김성한은 광주MBC 유튜브 채널 '전설의 타이거즈'에 출연해 "1차전에서 삼성 투수 진동한이 공을 잘 던지고 있었다"며 "근데 당시 신문 보도에 의하면 어느 팬이 던진 10원짜리 동전이 진동한 머리에 맞았다더라"고 했다.
이어 그는 "동전을 머리에 맞은 뒤 (진동한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이후 삼성 측에서 1차전 패배 후 '대구에 오면 텃세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라고 했다. 정말 위험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정말로 그때 선수단 버스가 완전히 (불에) 타버렸다"며 "1980~1990년대는 관중들이 폭력적인 모습을 자주 보였다. 지금처럼 야구장 응원 문화가 바뀐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끝내 우승 차지한 해태…이후 한국시리즈 4연패 대기록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관련 내용을 접수하고 사건 당일 밤 비상회의를 소집했다. KBO는 버스 방화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구가 아닌 중립 지역에서 4차전을 속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일부 반대 의견이 제시됐고 결국 KBO는 경찰에 지원을 요청, 폭력 사태 예방을 위한 500여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해 대구에서 4차전을 진행했다. 뒤숭숭한 분위기에서도 해태는 선발 투수 선동열의 활약으로 삼성을 7대 4로 제압했다.
한국시리즈 5차전은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렸다. 해태는 5차전에서도 5대 2 승리를 거뒀고,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두 번째 우승(1983, 1986년)을 이뤄낸 팀이 됐다. 이후 해태는 한국시리즈 4연패(1986~1989년)에 성공하며 '해태 왕조'를 건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