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주)마인드마크
이준영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영화 '용감한 시민'의 개봉(25일)을 앞두고 홍보 일정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바. 이날도 이른 아침부터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 보이는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 약속된 시간을 15분 넘겨 인터뷰 장소에 도착할 정도로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내고 있다.
'용감한 시민'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 '오늘의 연애' '내 사랑 내 곁에' '그놈 목소리' 등을 연출한 박진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불의는 못 본 척, 성질은 없는 척, 주먹은 약한 척 살아온 기간제 교사 소시민(신혜선)이 선을 넘어버린 안하무인 절대권력 한수강(이준영)의 악행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를 그린다.
이준영 스스로도 한수강에 대해 "양아치성이 짙은 역할"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매 순간순간이 고비였다. 한수강은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괴롭힘을 사람들에게 가하지 않나. 특히 할머니를 괴롭히는 장면이 쉽지 않았다. 감독님께서 작업의 일부라고 마음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라고 쉽지 않은 도전이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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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악인을 자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준영은 "소시민을 위로하는 작품이라 좋았다.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요즘 (학교 폭력, 교권 추락, 학부모 갑질 등) 이슈들이 매스컴화되었지만 사실 이전부터 계속 불거졌던 문제들이지 않나. 저도 비겁하거나 용기를 내지 못한 순간이 있다.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런 순간들로 인해 상처를 받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라고 '용감한 시민'의 메시지를 높이 샀다.
연이은 악역 연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이준영은 "걱정이나 부담은 없다. 그보다 제가 넘어야 하는 숙제라는 생각이고, 선한 역이든 악한 역이든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한수강은 서사가 없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재밌었다. '어떻게 하면 더 기괴하게 보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사람이라면 이러면 안 돼' 하는 생각을 많이 내려놓으려 애썼다. 그런 고민의 결과로 나온 애드리브가 김밥에 담뱃불을 끄는 장면이다. 감독님이 최대한 나쁜 짓을 해보라는 디렉션을 주셨는데, 순간적으로 그 행동이 제일 나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해봤다"라고 연기 열정을 과시했다.
한수강이 속된 말로 '쓰레기', 보통 악랄한 인물이 아니기에 마음고생은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이준영은 "촬영할 때 많이 울었다"라고 고백해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그는 "크게 운 건 세 번 정도인 것 같다. 친구 고진형(박정우)의 할머니를 괴롭힐 때, 또 고진형의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울 때, 그리고 극 말미 링 위에서 고양이 가면을 쓴 학생들을 봤을 때도 울컥했다. 이때가 인간 이준영과 한수강 캐릭터의 자아가 부딪힌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촬영 중간에도 울고, 숙소에 돌아가서도 많이 울었다"라며 힘들었던 순간들을 회상했다.
뿐만 아니라 이준영은 대역 없이 고난도의 원테이크 액션을 능수능란하게 소화,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신혜선과 함께 6개월 동안 액션 연습에 매진했다는 이준영은 "무에타이를 베이스로 한 액션을 준비했다. 제가 액션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가수 활동이 움직이는 부분에서 많이 도움이 되었다. 허명행 무술 감독님도 칭찬을 해주셔서 자신감을 얻고 임했다. 준비할 땐 좀 다치긴 했는데 그러다 보니 요령이 생겨서 촬영할 땐 거의 안 다쳤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용감한 시민'의 명장면, 신혜선과 원테이크 액션신에 대해 "아무래도 여배우랑 하는 액션이다 보니 엄청 신경이 쓰였다. 상처 내면 안 되니까, 그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근데 서로 연기를 하다 보면 감정이 올라와서 흥분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약속했던 거리보다 더 들어오게 되기도 하는데, 한 번은 진짜로 맞을 뻔한 적이 있었다. 그때 제가 일부러 멈춰서 NG를 냈다. 무술 감독님께 혼났던 기억이 난다(웃음). 이게 억울하진 않고 배려라고 생각한다. 제가 다치는 게 낫다"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신혜선에 대해선 "굉장히 열정 넘치고 순간 집중력이 굉장히 좋은 배우이다. 처음으로 상대 배우에게 지기 싫다는 마음을 받았다. 열정이 정말 넘쳐서, 주변 사람까지 업 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연습도 정말 열심히 한다"라고 극찬을 보냈다. 그러면서 이준영은 "둘 다 요즘 말로 '꼰대' 성향이라 잘 맞았다. 나이 차이는 좀 있지만 (신)혜선 누나가 저 보고 항상 '어린 꼰대', '아저씨' 같다고 그랬다. 제가 누나에게 잔소리를 좀 많이 했다. 밥은 먹었냐, 왜 이렇게 피곤해 보이냐, 몇 시에 잤냐, 휴대전화 보느라 늦게 잤냐 등등 그런 말을 주로 했다. 같이 인생 얘기도 나눴다"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 성격에 대해 이준영은 "저는 진지한 성격이라, 재밌는 사람은 아니다. 혼자 있는 걸 즐기고. 제일 좋아하는 게 집에서 맥주 마시며 '나는 자연인이다' 보는 거다. '나는 자연인이다'가 재방송을 진짜 많이 해준다. 게다가 채널 4~5개에서 방영돼서 언제든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가 좋더라"라면서 "쾌활한 성격을 연기할 때는 내 성격이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제가 촬영 초반만 지나면 낯가림이 괜찮아진다"라고 답했다.
아이돌 유키스 출신으로서 자부심을 전하기도. 이준영은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 대한 시선에 아쉬운 적은 없었다. 어쨌든 둘 다 이준영이니까. 숨기기보다 오히려 좋은 것 같다. 처음에 연기를 시작할 때, 먼저 시작한 아이돌 출신 선배님들에게 욕 보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롤모델로는 제국의 아이들(ZE:A) 출신 임시완을 꼽았다. 이준영은 "임시완 선배님이 롤모델인데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다. 저처럼 운동도 좋아하신다고 아는데, 기회가 된다면 운동도 작품도 같이 해봤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과거에 음악방송에서 뵌 적은 있다"라고 팬심을 과시했다.
그는 "제가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초심은 일에 대한 '리스펙트'이다. 그렇게 되새기다 보니 잠깐의 실수로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크다"라면서 "거창하게 꿈을 갖는 사람은 아닌데 10년 뒤가 궁금하긴 하다. 어떤 상황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계속해서 일을 하고 싶고 재밌게 잘 살고 싶다"라고 열의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