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05억 빼돌려도 직원 제재 못해?" 금융당국, 여전법 개정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용안 기자 2023.10.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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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05억 빼돌려도 직원 제재 못해?" 금융당국, 여전법 개정


카드사·캐피탈사 등 여신전문회사 임직원이 횡령·배임이나 대출취급 부실 등으로 적발되면 앞으로 금융당국의 직접 제재를 받을 전망이다. 롯데카드 직원 두 명의 대규모 배임사건을 계기로 금융당국이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는 은행, 보험, 증권사와 달리 여전사는 여전법상 금융당국의 직접 제재권이 없어 내부통제 '구멍'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은행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실한 여전사의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여전사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이 같은 내용의 여전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을 규율하는 여전법은 정작 임직원이 횡령·배임을 하거나 대출을 부실하게 취급해 금융사고가 발행해도 금융당국이 직접 임직원을 제재할 근거가 없다.

타 업권에서는 임직원 제재조항이 있다. 자본시장법이나 저축은행법은 횡령·배임이나 대출취급 부실과 관련해 각 업권법의 '별표'에 구체적으로 제재 근거가 명시됐다. 은행법과 보험업법은 "해당법령을 위반할 경우 제재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조항에 따라 임직원을 처벌해 왔다.



반면 여전법은 자산건전성이나 횡령·배임과 관련한 '경영지도 기준을 정할 수 있다'고만 표기돼 있다. 기준 마련 의무나 마련한 기준에 대한 준수 의무가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임직원이 횡령·배임을 하거나 부실하게 대출을 취급하더라도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임직원에 대해 면직, 정직, 감봉 등의 제재를 할 수가 없었다.

실제 금감원이 지난 8월 롯데카드 직원 두 명의 105억원 규모 배임 사건을 적발 하고도 직접 제재하지 못했다. 직원 두명이 부실 협력업체와 짜고 제휴계약을 체결해 105억원을 지급한 뒤 66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사건이다. 금감원은 롯데카드에 "심각한 내부통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해당 직원을 검찰에 고발했을 뿐이다. 이 직원들에 대한 제재 유무 혹은 제재 수위는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롯데카드 경영진이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셀프 제재'인 셈이다.

이는 지난 2018년 육류담보대출 사건 때도 되풀이됐다. 육류 유통업자 등 40여명이 2년간 고깃값을 부풀려 담보로 맡기거나 담보를 이중으로 잡는 수법으로 14개 금융회사에 5800억원 규모의 사기 대출을 받은 사건이다. 당시 대출취급 부실 책임에 따라 보험사, 저축은행, 증권사 등은 기관 제재와 함께 임직원들이 중징계 받았지만 캐피탈사는 임직원 제재 없이 기관만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여전법상 근거가 없어서다.


여전법상 임직원 제재 조항이 미흡했던 이유는 여전사는 수신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고객 돈을 유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제재 근거가 부족하다보니 금감원에서 카드사 등의 현장검사를 나가도 여전법이 아닌 신용정보법이나 지배구조법에 따른 제재 근거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롯데카드 금융사고의 경우는 최고경영진(CEO)에 배임대책 확약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에서 올해 8월까지 여전업권에선 총 24건, 369억330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행했다. 최근에는 중고 상용차 대출 관련 금융사고가 빈번했다. 강 의원은 금감원 국감에서 "타업권과 달리 여전사 내부통제 방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 카드, 캐피탈 중고 상용차 대출관련 금융사고가 많았는데 여전사 내부통제가 소홀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여전사는 구조상 고객돈을 수십억 횡령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간이한 형태로 시스템이 돼 있었다. 반성적으로 볼 때 아쉽다"고 답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여전업권 내부통제 후속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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