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29개 시군구 중 89개 지역이 인구감소지역이다. 대부분 지방도시다. 심지어 한국고용정보원은 전체 시군구의 절반인 118개 지역이 소멸위험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강원 속초시,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 고성군은 국회의원 한 명을 뽑는 통합선거구다. 행정구역은 있어도 각자 대표를 뽑지 못하는 셈이다.
인재를 뺏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청년부부가 대도시로 나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자리, 편안한 주거, 윤택한 삶을 찾아서다. 하나 더 중요한 게 있다면 자녀의 양육과 교육을 위한 환경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식에게 나은 미래를 물려주고 싶은 욕망이 크다. 아이교육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이사하는 게 부모 마음이다. 소멸지역이 젊은 인재를 뺏기지 않으려면 맘 놓고 자식을 맡길 수 있는 양육시설과 좋은 학교를 갖추는 것이 필수다.
정책 수정도 필요하다. 지금의 학교와 교사제도는 획일적 국가주도 시대에 만들어진 유물이다.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시도교육감이 수많은 지역학교를 관장하는 교육행정 시스템을 유지한다. 교육은 지역밀착형 공공서비스다. 지역 특성과 주민 요구를 잘 아는 기초 지자체의 관심과 투자가 중요하다. 시장·군수와 더 많은 자율권을 가진 지역교육청이 합심해서 좋은 학교를 설립하고 훌륭한 선생님을 모셔와서 최고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자녀들을 위해 좋은 학교를 설립해서 운영하고 지역소멸도 극복하겠다는데 누가 막을 수 있나. 국가주도에서 지역주도로 공교육 시스템이 변화할 때다.
변화의 물꼬는 터졌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글로컬 대학 30'과 '라이즈(RISE) 사업'은 지역의 포괄적 참여와 협력이 필수다. 시도지사와 시장·군수들이 대학총장을 만나 지역문화와 산업을 키워낼 인재를 길러달라고 요청한다. 파격적 지원도 약속한다. 대학도 벽을 허물고 지역상생을 책무로 여기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의 물꼬를 돌봄과 초·중등교육 영역으로 확대해야 한다. 지역사회가 나서서 최고의 돌봄시설과 미래형 학교를 운영하고 젊은 부부들이 찾아온다고 상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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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조선 후기 실학자 최한기는 '인정'(人政)이란 책에서 나랏일에서 사람을 키우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역을 책임진 목민관(牧民官)에게도 적용될 것이다. 치산치수(治山治水)를 넘어 사람 문제를 다루는 '인정'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것의 중심에 교육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