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미 음식점 맥줏값 7000원 시대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3.10.1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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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 오비맥주가 지난 11일 카스, 한맥 등 주요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500ml 병맥주 1병에 1250원 남짓하던 출고가가 1350원 정도로 약 100원 정도 올랐다.

오비맥주의 맥주 출고 가격 인상은 지난해 3월 이후 19개월 만이다. 맥아 등 원재료 가격뿐 아니라 병, 캔 등 부재료와 물류비가 동시에 치솟자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간의 업계 관행을 보면 업계 1위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은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인상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카스만 7000원에 팔고 테라와 클라우드는 6000원에 팔 수 없지 않겠냐"며 "출고가 키 맞추기는 시간 문제"라고 했다.



맥주업계는 연초에 가격인상을 준비했었다. 각종 원재료 가격의 상승 뿐만 아니라 맥주에 붙는 세금이 올랐기 때문이다. 맥주 세금은 물가가 오르면 자동으로 인상된다. 가격인상 발표문까지 써놨던 맥주업계는 정부의 가격인상 자제 압박에 결국 '당분간'이란 전제를 달고 출고가를 동결했다. 그 사이 인상된 세금은 맥주회사가 부담했다.

맥주업계가 연초 출고가를 동결했지만 식당 메뉴판의 맥줏값은 올랐다. 지난해까지 식당 메뉴판에서 5000원~6000원 선에 형성된 맥줏값이 7000원대로 뛰기 시작한게 올해 초부터다. 주요 제조사들이 출고가 인상을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이에 맞춰 미리 가격을 높인 것이다.



맥주회사가 올린 출고가는 100원 정도지만 소비자들이 현실적으로 느끼는 가격 인상 체감도가 훨씬 큰 것은 이같은 소매점의 판매가 때문이다. 임대료가 비싼 강남권 주점에선 500ml 병맥주를 8000원 넘는 가격에 파는 곳도 있다.

이번 맥주 출고가 인상이 또다시 음식점 메뉴판 가격을 바꿀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음식점 메뉴판에 적힌 가격은 개별 자영업자들이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정할 수 없다. 가격을 유지할지, 올릴지도 개인 판단이다.

다만 정부 기류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제조사 출고가보다 주류를 음식점에 납품하는 도매상의 폭리나 소매점의 과도한 인상이 문제라는 인식이 엿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수도권 지역 주류도매업 협회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이번 기회에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서 '출고가 100원=메뉴값 1000원' 공식을 깨보길 기대한다.
유엄식 기자유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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