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값 내릴 때 4.6억↑…묶어놨더니 더 뛴 '강남 노른자'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3.10.1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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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토지거래허가, 3년만에 손본다②-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제자리걸음할 때 강남구는 4.6억 '쑥'

편집자주 2020년 6월 잠실·대치·청담·삼성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2021년 4월에는 압구정·목동·여의도·성수동이 추가로 지정됐다. 이들 지역은 지금까지도 부동산 거래 시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하다. 투기 차단에 효과적이었다는 긍정 평가와 사유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맞서는 가운데, 서울시가 3년 만에 규제 완화에 나선다. 지난 3년 간의 정책 효과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짚어본다.

전국 아파트값 내릴 때 4.6억↑…묶어놨더니 더 뛴 '강남 노른자'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청담동·대치동·삼성동(잠청대삼).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때는 가장 높은 곳까지 올랐고, 최근 침체기를 겪은 뒤에는 떨어졌던 가격을 빠르게 회복한 곳이다. 오히려 이 와중에 신고가 거래가 나오는 한국 부동산의 '노른자'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격동의 시기'를 겪는 동안, 이 지역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었다. 거래가 불편해졌다. 이 지역에서 집을 사고 팔려면 허락을 받아야 한다. 재건축을 앞둔 낡은 아파트더라도 직접 살아야 하는 실거주 의무도 있다. 실거주자 중심 시장으로 재편한다는 정책의도다. 하지만 같은 지역 안에서 큰집이나 작은집으로 옮기는 등 갈아타기가 필요한 실거주자들까지 불편해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해당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놓은 더 큰 목적은 과도한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압여목성) 등 4곳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결정을 내린데 이어 지난 6월에는 '잠청대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을 1년 연장했다. 이 지역들은 적어도 내년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인다.

정책의도와 달리 집값은 오히려 더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지역별 아파트 중위매매 가격(2020년 6월~2023년 9월)'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4000만원에서 8억5000만원으로 1.9% 올랐는데 이 기간 목동이 포함된 양천구는 무려 36.3% 치솟았다. 같은 기간 여의도가 있는 영등포구는 32.9%, 전체 지역의 42%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구는 28.8%, 잠실을 품고있는 송파구는 24.3% 올랐다. 이 기간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3억5000만원에서 2023년 9월 3억1700만원으로 오히려 9.6% 내렸다. 서울-지방 사이는 물론, 서울 내에서도 쏠림현상이 더 심화된 것이다.



더구나 서울 핵심지를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 예정지에 수요가 집중되며 쏠림현상은 더 심해진다. 서울시는 2040도시기본계획과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으로 압구정과 여의도, 목동 등 주요 정비사업을 추진중이다. 이 지역에 대규모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더해져 가격이 치솟는다.

준공 후 30년이 넘은 노후단지들은 실수요 목적보다는 재건축 이후를 기대하는 투자가 많다. '초상급지'로 분류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연일 신고가가 속출하는 이유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선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요자만 접근이 가능한 상태다.

현재 강남구 면적의 약 절반(42%)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과 바로 맞닿아있는 용산구 한남동이나 서초구 반포동 부동산이 주목받는 '풍선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잠실 파크리오 아파트는 잠실 생활권이면서도 신천동에 포함돼 '갭투자 성지'로 꼽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인 자치구들과 주민들은 바로 옆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거래 자체가 불편해졌는데 그렇다고 부동산 자체의 매력이 줄어드는건 아니다"며 "그결과 자금력 있는 수요자들만 접근이 가능해지고 가격은 더 오르는 '그들만의 리그'가 생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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