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김현정 디자인기자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국내 양대 메모리 업체의 중국 내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하면서 한·중 반도체 기업이 환영 목소리를 낸다. 삼성·SK하이닉스는 이제 개별 허가 없이도 생산 장비를 중국에 반입할 수 있다. 삼성은 "각국 정부의 협의로 중국 생산라인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입장을 냈으며, SK하이닉스도 "한미 정부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공장의 중국 내 생산량이 늘면 장비를 공급하거나, 부품·소재 등을 조달해 관련 업계의 외형 성장을 노릴 수도 있다. 중국 증권시보에 따르면 삼성·SK하이닉스의 현지 협력사들은 최근 제품 수요 확대를 기대하면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왕리푸 신모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결단으로 삼성·SK하이닉스는 중국 내 생산량을 늘릴 것이고, 중국 기업은 높은 수준의 한국 기술과 협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TSMC까지 유예조치가 확대되면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TSMC는 최근 미국에 '삼성·SK하이닉스처럼 VEU로 선정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경제부도 제재를 어긴 자국 기업을 자체 조사하겠다며 비위 맞추기에 나섰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TSMC에도) 무기한 유예조치가 적용되면 상하이·난징 팹에 추가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특히 난징은 연초부터 투자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업계는 무기한 유예조치로 급한 불을 껐다면서도 생산시설 다각화를 위한 움직임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첨단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장비·기술의 반입 통제가 이뤄지고 있어 유예조치는 최소한의 유지보수 허용에 그친다고 봐야 한다"며 "리스크 완화를 위해서는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는 현재의 생산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