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비싼' 물품은 인천 '하늘길'로 통한다…반도체 등 첨단제품 대부분

머니투데이 대담=김경환 건설부동산부장, 정리=이민하 기자, 이정혁 기자 2023.10.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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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내년 아시아 넘어 세계 3대 공항 도약"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인천공항이 반도체, 통신기기 등 고부가 첨단제품의 교역 관문으로 자리 잡았다. 인천공항을 거치는 수출입액 규모는 4200억달러 이상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액의 30%를 차지한다. 반면 전체 수출품 중 무게 비중은 0.2% 미만이다. 그만큼 '작고 비싼' 제품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많이 오가는 셈이다.

취임 넉 달여를 맞은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중장기적으로 인천공항을 통한 수출입액 비중이 50%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항공화물 인프라 확충에도 나섰다. 최근엔 항공화물 처리 세계 1위 항공 물류사인 '페덱스(FedEx)'와 아시아태평양지역 물류 사업 확대에 협의했다. 페덱스에 이어 아마존 배송센터 유치 등 글로벌 회사들과 연계를 계획하는 등 항공 연결망(네트워크) 확대, 스마트 화물 운영체계 전환 등 항공화물 지원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항공화물뿐 아니라 국제선 여객 면에서도 경쟁력을 재정비하고 있다. 올해 재정비 시기를 거쳐 내년 세계 3대 공항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올해 들어 코로나19(COVID-19) 여파가 진정되면서 인천공항 여객 수는 다시 늘어나고 있다. 올해 1~9월 인천공항의 여객 실적은 3982만200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74.8%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말에는 여객 수를 80% 이상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내년 제2여객터미널 확장 사업이 완료되면 여객 수송능력이 기존 7700만명에서 1억명 이상으로 증가, 세계 3대 공항 규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15일 인천시 인천국제공항청사에서 이학재 사장을 만나 코로나 이후 인천공항의 재도약 전략과 청사진 등의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 사장과 일문일답.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현재 인천공항 운영은 정상화됐나.
▶여객을 보면 올해 8월 이후 중국의 한국 단체 관광여행 재개 등 중국 노선 회복세에 힘입어 항공수요 정상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국제선 여객 10명 중 7~8명(74.8%)이 돌아온 수준입니다.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하게 회복되는 시기도 당초 2025년에서 1년 앞당겨 내년 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노선은 올해 1분기 12.2%에서 2분기 32.7%, 3분기 53.1%까지 지속적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악화됐던 경영상황도 나아지나.
▶코로나를 겪었던 최근 3년여는 개항 이후 최악의 시기였죠. 누적 1조7000억원대 적자가 생겼습니다. 올해는 경영상황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각국의 방역 규제 완화와 중국인 단체관광객 재개, 성수기 연휴 효과 등으로 항공수요 회복세가 지속됐기 때문입니다. 실적 면에서는 상반기에 흑자전환한 데 이어 연간 3200억원 안팎의 당기순이익을 예상합니다.

-내년이 중요한 시기로 보인다.
▶내년은 공항 정상화를 넘어 재도약의 시기입니다. 제2여객터미널 확장과 활주로를 신설하는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이 마무리됩니다. 제2 여객터미널이 확장되면 여객 수송능력은 기존 7700만명에서 1억600만명으로, 항공기 운항은 연 50만회에서 60만회로 늘어납니다. 동북아 1위, 전 세계 3위 규모 항공인프라를 갖추게 됩니다. 항공수요 회복과 맞물려 전 세계 공항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단순히 규모만 커지는 게 아니라 생체인증 수속이나 3차원(D) 보안장비 등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공항으로 전 세계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공항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공항 서비스들인가.
▶앞으로 1~2년 내 인천공항에서는 출입국 과정의 경험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여권이 없어도 안면인식으로 출국할 수 있는 '스마트패스', 여행 짐을 공항이 아니라 원하는 장소에서 부치는 '이지드랍', 탑승시간 30분 전까지 쇼핑이 가능한 '스마트 면세' 등 상상만 했던 서비스들을 실제로 구현하는 최초, 최고의 공항이 될 것입니다.


-'이학재 표' 인천공항의 모습인가.
▶첨단 서비스는 일부 모습입니다. 최종적으로는 누구나 '가장 가보고 싶은 공항'이죠. 그동안 인천공항은 '교통시설'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공항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전통적인 공항 역할 뿐만 아니라 산업·경제·문화 등 융합적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이 돼야 합니다. 문화예술공항도 한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가로 길이 75m에 달하는 초대형 디스플레이나 움직이는 조형물 등 출국 동선에 맞춰 공간 곳곳을 색다르게 연출하거나 대형 광장에서는 전통과 현재에 이르는 한국 문화 공연을 선보이는 식입니다. 여행객들이 무엇이든 다른 공항과 차별화되는 인천공항으로 공항 가치를 높일 계획입니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공항의 가치를 높이는 추진 방안이 있나.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공항경제권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미술품 수장고' 사업이 대표적이죠. 약 3795억원 투자 규모로 연면적 8만3227㎡의 미술품 수장고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민간사업자 '아르스헥사'와 실시협약을 맺고, 현재 기반시설 조성 협의, 개발사업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2026년 하반기 수장고가 완성되면 인천공항의 소프트파워를 한 단계 높이는 사업이 될 것으로 봅니다. 수장고는 단순한 미술품 보관장소를 넘어 미술품의 전시·경매·유통의 바탕이 되는 인프라로 확장될 것입다. 최고의 미술품, 전시회를 보려고 연간 14만여명이 인천공항을 찾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여객 외에 항공물류 부문은 어떤가.
▶항공화물은 코로나 이후 전자상거래 주문이 늘면서 물동량이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연간 화물량은 295만t으로 홍콩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전 세계 경기 침체로 지난해 2분기부터 이어졌던 물동량 감소세도 올해 하반기부터 나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9월까지 화물터미널에서 처리된 화물량은 201만t으로 코로나 이전 99%까지 회복했습니다. 연간 수출입액으로 보면 4264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액(1조4150억달러) 가운데 30% 이상을 차지합니다. 반도체·의약품·화장품 등 경량의 고가 수출품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수출입액 차지 비중은 앞으로 50%를 웃돌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를 위해 추가적인 대규모 물류단지를 확보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물류단지 프로젝트는 무엇이 있나.
▶글로벌 물류기업·화물운영사를 유치하는 물류 인프라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세계 1위 항공 물류사인 페덱스와 사업 확대, 아마존 배송센터 유치 등 글로벌 상위 30위, 국내 상위 10위 내 물류기업들을 매년 1개 이상 늘려가고 있습니다. 올해 11월에는 화물터미널 북측 2만㎡ 규모의 유휴부지 개발 사업에 글로벌 화물 운영사 1곳이 추가로 투자·참여합니다. 2026년 신규 화물터미널이 운영되면 연간 처리 화물량은 32만t 늘어납니다.

-최근 공항 보안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재발방지 대책은 마련됐나.
▶최근 보안 사건은 코로나 기간 동안 보안인력들의 숙련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갑자기 여객 수요가 늘어나면서 발생한 게 원인입니다. 인력·시설·운영·제도 4개 분야를 재점검하고, 종합 보안강화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입니다. 보안인력들의 숙련도를 보완하기 위해 검색평가제도를 개편하고, 모든 검색장에 첨단보안검색장비를 도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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