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2일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58달러 하락한 배럴당 82.91달러를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영국 브렌트유는 배럴당 8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양 패권과 사우디아라비아, OPEC(오펙) 등을 중심으로 한 중동지역 패권 간의 힘겨루기 결과가 유가를 뒤흔든다. 이번 역시 친미 성향을 띠는 이스라엘과 친중동 성향을 띠는 팔레스타인 간의 무력 충돌이기에 시장은 유가가 언제든지 급등락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는 1973년의 상황과 다소 차이가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주 원유 생산국이 아니고 주변 국가들의 참전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973년은 미국의 원유 공급 대비 수요 증가세가 가파르게 증가해 산유국의 금수조치가 유가 급등으로 이어졌지만 현재는 미국의 생산 능력이 안정적이고 수요 증가율도 과거보다 둔화돼 공급 차질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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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응한 이스라엘 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 지구가 불길에 휩싸여 있다/사진=뉴스1, AFP 제공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의 제재가 다시 강화된다면 (이란의) 원유 공급은 하루 평균 5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제유가엔 배럴당 5달러 내외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분쟁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국교 정상화에도 제동을 걸 수 있으며 이는 간접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추가 감산 중단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최악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원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200만배럴 감소하고 원유 재고가 6000만배럴 줄어들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거기에 호르무즈 해협까지 봉쇄되면 최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시장도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는데 이때 유류비, 항공비 등이 뛰면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이 시작됐다. 그러면서 각국이 금리 인상, 긴축에 나서며 증시가 휘청거렸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loomberg Economics)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올라갈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은 1.7%로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에 따른 거시경제 흐름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근원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통화정책 기대를 자극하기 어렵다고 보지만 전쟁 확산 시 당장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