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 초상화. 엘리자베스 루이즈 비제 르 브룅 작품. /사진=프랑스 베르사유박물관 소장
적대국 프랑스에 시집을 와 왕비가 됐던 오스트리아의 공주에게는 수많은 혐의가 적용됐다. 프랑스 혁명 정부는 국고 낭비, 백성 기만, 오스트리아와의 결탁 및 전쟁 유발, 루이 16세를 타락시킨 죄 등을 물어 마리 앙투아네트를 단두대에 올렸다.
홀로 성난 민중의 분노를 받아낸 가짜뉴스 피해자
tvN 예능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사진=tvN 유튜브 채널 '디글 :Diggle'
특히 당시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된 사건으로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기 사건'이 꼽힌다. 1772년 라 모트 백작 부부는 자신들을 왕비의 측근이라고 속여 로앙 추기경에게 접근했다.
라 모트 부부는 "우리가 대신 왕비에게 선물을 전달해 주겠다"고 말해 로앙 추기경에게 막대한 돈을 받았다. 부부는 이 돈으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구입해 왕비에게 선물하겠다고 추기경을 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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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예능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사진=tvN 유튜브 채널 '디글 :Diggle'
하지만 왕비에게 부정적이었던 민중은 "사치스러운 왕비는 이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몰래 가로챘을 것"이라며 "추기경이 왕비에게 이용당한 뒤 버려진 것이다"라고 믿었다. 잘못된 소문은 시간이 흐르면서 프랑스 민중들에게 점차 사실로 각인됐다.
"빵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민중에게 끌려가다
tvN 예능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사진=tvN 유튜브 채널 '디글 :Diggle'
프랑스 혁명 당시 빵 1개의 가격은 일반 시민의 하루 급여와 비슷한 수준으로 폭등했다. 이에 살림을 책임지던 여성들은 1789년 10월 왕과 왕비가 있는 베르사유 궁전까지 시위성 행진을 시작했다.
여성들과 그 남편들의 규모는 7000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베르사유 궁전에 도착해 루이 16세와 대화를 나눴음에도, 마리 앙투아네트를 찾기 위해 궁전 내부로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궁전을 지키는 근위병 일부가 성난 민중에게 살해당하기도 했다.
tvN 예능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사진=tvN 유튜브 채널 '디글 :Diggle'
비슷한 말은 이전에도 프랑스 사회에서 사용됐다.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Les Confessions)을 보면 마리 앙투아네트 소문과 유사한 내용이 등장한다.
루소는 1740년 전후 자신이 겪은 일화를 떠올리는 식으로 책을 썼다. 그는 와인을 마실 때 곁들여야 할 바게트 빵이 없자, 과거 한 공주가 제안했던 임시방편에 대해 언급했다. 루소는 그 공주가 "바게트가 없으면 안주로 브리오슈(계란과 버터로 달고 작게 만든 빵)를 먹으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회상했다.
설령 고백록에서 언급되는 공주가 마리 앙투아네트였다고 가정해도, 그가 루소와 만났을 땐 10세 전후의 어린 소녀였을 것이다. 빵이 없어 굶주리는 민중에게 대신 케이크를 먹으라고 말하는 상황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