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육탄전' 앞둔 이스라엘의 딜레마…'출구가 없다'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3.10.1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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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전쟁]
인질 안전 등 챙기며 지상전? 한계 있어 민간 피해 불가피…
가자 점령해도 주둔군 유지엔 천문학적 비용·병력 들어 부담

[칸유니스=AP/뉴시스] 11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칸 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사람들 시신 주변에 모여 있다. 2023.10.12.[칸유니스=AP/뉴시스] 11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칸 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사람들 시신 주변에 모여 있다. 2023.10.12.


이-팔 전쟁이 발발한 지 6일째인 12일(현지시간) 양측의 사망자만 최소 2500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가자지구 진격이 임박했다. IDF는 가자 지구의 하마스 목표물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실시하기 위한 지상전 준비에 속도를 내며 '정치적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상전 투입을 위해 36만명의 이스라엘 예비군을 동원, 가자지구 인근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고 있으며 정치권은 비상내각 구성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물론 이를 지원하는 미국에게도 군사·외교적 선택지는 많지 않다. 하마스의 주장대로라면 2년간 준비된 '전쟁'에서 민간인 복장의 하마스 대원을 집집마다 수색해 이 잡듯 찾기가 쉽지 않고 잡혀 있는 인질들의 안전을 고려하자니 작전상 한계가 명확하다. 인구가 밀집된 가자 지구의 지형을 감안하면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해 범 이슬람계로 전선이 확대될 위험도 크다.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하마스의 준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한 무장 세력이 가자 지구 특히 군사적으로 중요한 장소 근처에 방어 시설을 만들었을 것으로 가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하마스는 2006년 레바논 전쟁 당시의 헤즈불라처럼 철저히 전쟁을 준비했고, 이는 이스라엘이 방어시설을 탈환하는 데 많은 인명 피해가 불가피함을 뜻한다. 단기간에 가자지구를 점령하더라도 막대한 인원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뉘른베르크=AP/뉴시스] 11일(현지시각)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이스라엘을 위한 연대 집회 참가자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사망자 숫자가 1200명을 넘어섰다. 2023.10.12.[뉘른베르크=AP/뉴시스] 11일(현지시각)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이스라엘을 위한 연대 집회 참가자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사망자 숫자가 1200명을 넘어섰다. 2023.10.12.
팔레스타인 내 사상자 수가 늘수록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의 지지도 흔들릴 수 있다. 이미 가자지구에 전기, 물 등 공급을 끊은 데 대해 유엔이 비판했고, 전력 고갈로 의료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신생아 100명 등 환자들이 위기를 맞는 등 인도주의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국제사회 여론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날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인질을 풀어줄 때까지 물과 전기 공급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납치된 인질 150여명은 이스라엘의 지상 공격에 복잡성을 더한다. 이스라엘군은 2013년 인 아메나스에서의 대규모 인질 사태 당시의 알제리군과는 달리 최대한 많은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 하마스의 전투기를 표적으로 삼는 동시에 인질을 살피는 제한적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사실 이스라엘의 지상 공격에서 좋은 옵션이란 없다"며 "하마스의 군사력을 파괴하고 가능한 많은 전투원을 사살하거나 생포한 후 가자지구에서 철수해 기존처럼 봉쇄를 복원하거나 IDF를 아예 주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하마스 군사조직을 격퇴하는 데 성공해도 하마스의 정치적 명분과 저항세력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상전 이후 이스라엘의 '출구전략'이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다. 가자지구를 재점령해 통제하자니 인근 이슬람권의 반발과 공격이 불가피하고 그렇다고 공세 후 다시 철수하자니 하마스 잔존 세력을 '관리'하기가 여전히 어렵다. IISS는 "이스라엘이 더 잔혹해질수록 공격에 필요한 병력을 줄일 순 있으나 어떤 접근방식을 취하든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주둔에 필요한 병력과 자금은 상당하다"며 "서안, 레바논 남부, 시리아로부터의 위협에서 가자지구를 지키기 위한 주둔군을 구축하려 한다면 병력이 곧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50년 전 욤키푸르 전쟁이 휴전으로 끝난 과거의 교훈을 감안하면 이스라엘이 '군사적' 승리를 거둬도 분쟁에 종지부를 찍을 순 없다. IISS는 끝으로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은 거의 아무런 조건이 붙지 않을 것이나, 지난 역사는 현재 미국이 택할 수 있는 옵션이 얼마나 암울하게 제한돼있는지 보여준다"며 "최선의 의지가 있더라도 외교적인 해결책을 상상하긴 어렵고 이 모든 게 언젠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치적 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스라엘, 이집트와 민간인 대피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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