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M&A 매물 쏟아지는데...금융지주, PE "관심 없어요"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3.10.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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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금리 인상기를 맞아 국내 보험사 M&A(인수합병) 매물이 대거 등장했다. 최대주주는 몸집이 커진 이때를 노려 서둘러 매각을 추진한다. 금융지주, 사모펀드(PE)들이 잠재적 인수자로 떠올랐지만 실제 인수전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등 보험사들의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현재 ABL생명, KDB생명,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3,220원 ▼50 -1.53%)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다. 금리 상승기인 현재 보험사 매각이 적기라는 판단에 최대주주들이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전망된다.

M&A 시계가 가장 빠른 건 KDB생명이다. KDB생명은 지난 7월13일 하나금융지주 (55,800원 ▲800 +1.45%)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 실사 작업을 완료했고 조만간 KDB생명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최종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ABL생명은 현재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진행 중이다. 매각 본입찰에 노틱인베스트먼트와 파운틴헤드라이빗에쿼티 등 PE 운용사가 참여했다. 하지만 지난달 국내 금융사로 알려진 인수 후보가 깜짝 등장해 선정 절차가 길어지고 있다. JKL파트너스가 최대주주인 롯데손해보험도 매각 주관사 선정 작업에 한창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이들의 몸값은 높은 상태다. 현재 시장에서 평가하는 ABL생명의 매각가는 3000억~4000억원 수준이다. 롯데손해보험은 최대 3조원이 거론된다.

새롭게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되면 이익 체력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작용해서다. IFRS17 하에선 보험 거래가 발생하는 시점에 손익이 인식되기 때문에 자본 왜곡이 완화된다. 또한 보험부채가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되기에 현재와 같은 금리 상승기엔 자본이 증가한다.


/사진제공=롯데손해보험/사진제공=롯데손해보험
하지만 적절한 인수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아직 IFRS17 도입에 따른 합리적인 이익 추정이 쉽지 않은데 매각가만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 기준으로 단순하게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분석하면 롯데손해보험의 예상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높다"며 "주요 상장 손보사 밸류에이션 평균과 경영권 프리미엄 50~85% 가정을 적용하면 대략적인 가격은 약 1조2000억~2조원 수준"이라고 했다.

보험사 M&A 시장의 큰손으로 꼽혔던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인수전에서 하나둘 씩 발을 빼는 모습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달 참석한 해외 IR 행사에서 '현재 보험사 가격이 너무 높고 적당한 손해보험사 매물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우리금융지주 역시 보험사보다 증권사 인수를 더 우선으로 검토 중이다.

PE 운용사들도 보험사 인수전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의 포트폴리오 상품이 대부분 중장기적으로 설계되지 않아 구조 개선에만 최소 10년 이상 필요한 상황이다. 통상 2~5년 이내에 엑시트(투자 회수)가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PE 운용사 입장에선 보험사를 인수할 유인이 없는 편이다.

PE 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이 대부분 전문성이 부족한 중소형사로 증자도 많이 해 이익 창출보다 재무구조 개선에 손이 많이 갈 것"이라며 "인구 감소로 보험업이 성장산업으로 보기 힘든 것도 매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오히려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동양생명 (5,130원 ▲90 +1.79%)을 기다리는 눈치다. 중국의 다자보험이 최대주주로 있는 동양생명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만큼 알짜 매물로 꼽힌다. 전속설계사(FC) 영업소를 1분기 69곳에서 2분기 48곳으로 줄이는 등 군살 빼기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동양생명의 매각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란 IB업계의 시선에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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