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넘친데 덮친 전쟁, 석화 "변신 속도전"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3.10.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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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넘친데 덮친 전쟁, 석화 "변신 속도전"


석유화학 업계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중국발 과잉공급에 유가상승이라는 악재가 겹쳤다. '범용'에서 '고부가'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차이)는 톤당 141달러로 집계됐다. 7월(176달러), 8월(157달러)을 거치는 동안 더 감소하는 추세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 지표다. 현 수준은 손익 분기점(300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연장을 발표하면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덩달아 나프타 가격까지 오르자 자연스레 에틸렌 스프레드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6월만 해도 배럴당 50달러대였던 나프타 가격은 최근 70달러 내외에 형성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변수로 떠올랐다. 이로 인해 유가가 급등세를 보였고, 이는 나프타 가격도 당연히 함께 치솟으며 화학 업계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전쟁과 고유가로 고금리 국면이 지속되고, 경기회복이 더뎌지면,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악순환까지 벌어질 수 있다.

석화업계에는 엎친데 덮친격이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글로벌 에틸렌 증설은 약 4500만톤에 달하는데 수요 증가는 2600만톤에 불과하다. 내년 에틸렌 증설 규모도 740만톤으로 올해(658만톤)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에틸렌 증설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9년 연 2711만톤이었던 중국 에틸렌 생산능력은 올해 5174만톤까지 확대된다. 값싼 중국발 범용 화학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국면이 열린 것이다. 국내 석화 기업들이 줄줄이 '마이너스 실적'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LG화학은 지난 2분기 화학사업에서 127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였다. 롯데케미칼은 5분기 연속 적자다.



석화업계는 중국의 공급확대와 글로벌 유가 변동에 취약한 현재 사업구조를 혁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계에 직면한 범용 사업을 정리하고, 전기차 소재와 같은 고부가 제품의 생산 비중을 늘리는 게 유일한 해답이란 평가다. 현재의 적자에 몸을 사리기 보다는 미래 먹거리 사업을 발굴하는 공격적인 방향을 설정했다.

LG화학은 3대 신사업(배터리 소재, 친환경, 신약) 매출 비중을 지난해 21%(6조6000억원)에서 2030년 57%(40조원)로 확대한단 계획이다. 최근들어서는 편광판과 편광판 생산에 필요한 소재사업을 중국 업체에 매각했다. 확보한 자금을 신소재 사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소재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 2030년 매출 50조원 고지에 오르는 게 목표다. 배터리 4대 핵심소재(분리막·전해액·양극박·음극박)를 모두 다룰 수 있는 회사로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일부 한계사업을 정리하고 있다.지난 8~9월에는 중국에서 산화에틸렌(EO)을 만드는 롯데삼강케미칼과, 산화에틸렌유도체(EOA)·에탄올아민(ETA)을 생산하는 롯데케미칼자싱을 매각했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범용 제품 중에서도 미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고부가 사업을 선별하는 작업이 각 사별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내 석화 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가야 할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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