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샴푸, 속옷, 연예 기업까지 뛰어들더니…블록체인 발 뺀다, 왜?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3.10.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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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샴푸, 속옷, 연예 기업까지 뛰어들더니…블록체인 발 뺀다, 왜?


탈모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샴푸 등 헤어케어 제품을 주로 만드는 TS트릴리온이 블록체인 사업에 진출한 지 1년반만에 발을 뺀다.



TS트릴리온 (356원 ▼13 -3.52%) 외에도 과거 코로나 대확산 당시 코인 시세가 급등한 때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정관에 추가했던 기업들이 블록체인 사업을 잇따라 접고 있다. 주로 기존 본업이 IT업종과 전현 관련 없는 기업들이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TS트릴리온은 오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한도 증액 등 안건과 함께 정관변경 안을 상정한다. 특히 사업목적 목록에서 '가상화폐의 개발, 거래소 사업'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개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업' 등이 빠지는 대신 의약 후보물질 개발, 줄기세포 사업, 희토류 사업 등이 추가된 점이 눈에 띈다.



TS트릴리온은 지난해 3월말 정기 주총에서 사업영역 확대를 위해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정관상 사업목적에 추가했으나 불과 1년 7개월만에 삭제했다. 지난 1년여간 TS트릴리온에서 블록체인, 가상자산 관련 매출이 발생한 것은 전무했다.

크레인 장착 트럭 등 특장차 전문기업 광림 (1,006원 ▼3 -0.30%)도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정관에 추가했던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 '블록체인 기술 관련 기타 정보서비스업'을 사업목적에서 삭제하는 안건을 지난달 주총에 상정해 통과시켰다.

이들 뿐 아니라 △화학 플랜트용 압력용기, 열교환기를 만드는 KIB플러그에너지 (441원 0.00%)(옛 대경기계화학) △음식·주류, 신발, 키오스크 등을 만드는 인바이오젠 (467원 ▼11 -2.30%) △인쇄회로기판 등 전자부품 및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에이엔피 (1,090원 ▼29 -2.59%) △국내 입국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세금환급 서비스를 영위하는 글로벌텍스프리 (6,500원 ▼180 -2.69%) 등이 정관상 사업목적에 블록체인 사업을 추가했다가 삭제했다.


이외에도 연예 기획사 판타지오 (291원 ▲1 +0.34%)가 2021년 12월 주총을 통해 사업 다각화 목적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지만 현재까지 진행한 관련 사업이 전무하다. 여성용 속옷 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비비안 (1,047원 ▼3 -0.29%) 역시 지난해 주총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지만 영위하는 사업은 없다.

이 기업들이 블록체인,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던 2020~2022년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의 가격이 글로벌 저금리 기간 풍부한 유동성의 영향으로 최고치에 달했을 때였다. 코로나 대확산기 글로벌 주요국들이 잇따라 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기부양에 나선 덕분에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이 자금들이 코인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현재 원화 환산 약 3600만원 수준인 비트코인 1개의 시세는 당시 최고 80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다. 코인 시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금리상승에 따른 유동성 위축의 영향을 받아 하락장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블록체인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가 삭제하는 과정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본업과 무관한 블록체인 사업에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코인 가격이 떨어지니 빠져나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및 웹3.0 등 새로운 IT 인프라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비롯된 과도기적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운영하는 클레이튼재단의 한 관계자는 "과거 웹2로 불리던 전통산업 기업들이 자사의 제조·유통을 블록체인으로 혁신해보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다만 시중 유동성 위축 등 영향으로 기술개발이 주춤해지고 전통산업의 혁신을 가능케 할 솔루션의 출현이 늦어지면서 사업목적에서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블록체인으로 기존 산업 혁신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다"며 "기술이 서비스로 구체화되는 시기에는 전통산업 기업들의 관심도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게티이미지/그래픽=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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