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사령관' 다이프, 이스라엘 속이며 2년 공습 준비했다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3.10.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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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전쟁] 다이프 사령관, 2021년 알아크사 사원 난동 보복으로 기습…경제 돌보는 척하면서 전쟁 준비

하마스 군 최고사령관 모하메드 다이프가 현지 TV 채널을 통해 연설을 내보내고 있다./로이터=뉴스1하마스 군 최고사령관 모하메드 다이프가 현지 TV 채널을 통해 연설을 내보내고 있다./로이터=뉴스1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은 하마스 최고사령관 모하메드 다이프가 총지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이프는 현재 인상착의조차 알려지지 않은 수수께끼의 인물로, 이스라엘 정보망을 피해 이번 기습 공격 작전을 2년간 비밀리에 준비해왔다고 한다.

다이프 하마스 군 사령관, 이스라엘 암살 대상 1순위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하마스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이번 이스라엘 기습 공격은 하마스 군사조직 '이즈 앗딘 알카삼' 여단 사령관을 맡고 있는 다이프와 하마스 지도자 예하 시나르가 결정한 사안이라고 한다.



로이터는 겉으로는 두 사람이 공동으로 결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 소식에 따르면 공격 결정부터 준비, 실행까지 다이프가 전부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앞서 하마스는 TV채널을 통해 다이프가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알렸다. 다이프는 이스라엘 암살 표적 1순위로, 이미 7번의 암살 시도를 당한 바 있다. 한쪽 눈을 잃었으며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 현재 인상착의는 알려진 바 없다.



항상 암살 위험에 노출된 만큼 그가 언론에 나서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에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는 조만간 큰 사건이 있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조성된 상태였다고 한다. 다이프는 언론에 나설 때 20대 시절 사진이나 마스크를 쓴 모습, 자신의 그림자를 내보내는데 이번에는 그림자를 택했다.

2년 전 알아크사 난동 보복…다이프 "팔레스타인 분노 터졌다"
다이프는 이번 기습 공격 작전을 '알아크사 홍수'라고 지칭하면서 "알아크사와 팔레스타인의 분노가 오늘 터져나올 것"이라고 했다. 알아크사는 예루살렘에 위치한 이슬람 사원으로 메카, 메디나와 함께 이슬람 3대 성지로 꼽힌다. 이곳에서 2021년 5월 이스라엘인들이 라마단 기간 예배 중인 무슬림들을 폭행하는 등 난동을 피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11일 전쟁'이 발발했다.

하마스 소식통은 로이터에 "당시 이스라엘인들은 무슬림 신도들을 폭행하고 노인과 청년들을 사원 밖으로 끌어내 분노를 샀다"며 이번 이스라엘 기습은 당시 사건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다이프는 TV연설에서 이스라엘에 로켓포 수천발을 발사했다고 밝히면서 "우리의 무자헤딘(전사)들이여, 범죄자들에게 그들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게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우리 땅을 멋대로 점유하면서 서안지구 마을을 약탈하고 파괴했다"며 "미국과 서방의 지원, 국제사회의 묵인 속에 이스라엘은 탐욕스럽게 우리 땅을 차지했다"며 "이제는 끝장을 내겠다"고 했다.

하마스에 완전히 속은 이스라엘…"대놓고 무장 훈련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하마스는 가자 지구 분쟁을 잠재우고 경제 발전에 힘쓰는 척 이스라엘을 기만하면서 지하에서 공격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근로자들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기만 작전에 완전히 속아넘어갔다. 하마스 내부 소식통은 "이스라엘 군 앞에서 대놓고 무장대원 훈련을 진행한 적도 있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동안 다이프는 보안을 강조하면서 극소수의 하마스 지도자들과 함께 작전을 준비했다. 하마스의 뒷배를 봐주는 이란도 하마스가 모종의 작전을 준비 중이라는 것은 알았으나 기습 공격 이후에야 내용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이란은 이번 기습 공격의 배후로 지목되자 주유엔 대표부를 통해 하마스 공격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2014년 이스라엘 측 공습으로 하마스 군 사령관 모하메드 다이프의 가족들이 사망한 데 대해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로이터=뉴스12014년 이스라엘 측 공습으로 하마스 군 사령관 모하메드 다이프의 가족들이 사망한 데 대해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로이터=뉴스1
한편 다이프는 1965년 칸 유니스 난민캠프에서 출생했으며, 출생 당시에는 모하메드 마스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1987년 팔레스타인 민중봉기 때 하마스에 가입했으며 1989년 이스라엘에 체포돼 16개월간 구금된 전력이 있다. 다이프는 가자 지구 내 대학에서 물리학, 화학, 생물학을 공부했으며 예술에도 관심이 있어 공연 동아리에서 연기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다이프는 하마스에서 폭탄제조 전문가들을 섭외하고 지하동굴을 설치하는 데 주력했다. 이스라엘을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를 수차례 지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암살 시도로부터 살아남아 군사행동을 이어가는 모습에 팔레스타인은 그를 민중영웅으로 추켜세우고 있다. 다이프는 2014년 이스라엘 공습으로 아내와 7살 아들, 3살 딸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례식 당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을 향해 상당한 분노를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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