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발레리나’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전직 경호원이었던 옥주(전종서)가 친구 민희(박유림)의 부탁을 받고 복수에 나서는 내용이다. 전종서는 넷플릭스 영화 ‘콜’(2020),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2022), 티빙 시리즈 ‘몸값’(2022)에서 칼과 총을 휘두르는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콜’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조폐국을 터는 탈북자 출신 강도단 멤버, ‘몸값’은 장기매매 본거지에서 탈출을 꾀하는 영악한 인물이어서 액션보다 캐릭터 성격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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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현 감독은 장편 데뷔작 ‘콜’에 이어 두 번째 장편 영화 ‘발레리나’에서도 전종서의 자유분방한 연기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콜’에선 전종서의 광기에 찬 연기를 폭발시켰다면, 이번 영화에선 전종서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은 광기를 복수극으로 쉽게 끌어들이지 않고 배우의 다른 면들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한다. 복수는 뜨거운 것이 아니라 서글픈 행위라는 걸 전종서는 무표정과 힘을 뺀 몸짓으로 보여준다. 배우 전종서의 매력을 부각하는 스타일리시한 연출은 입술과 손이 부들대는 응징자의 유약한 모습까지 담아낸다.
‘발레리나’에선 전종서와 전작에서 함께한 배우들이 다시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덴버 역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김지훈이 악역 ‘최 프로’를 맡아 전종서와 대결 구도를 이룬다. 추악한 행동, 대사 하나하나까지 파렴치한 악인의 민낯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전작에 이어 장발 헤어스타일이 캐릭터에 개성을 불어 넣는 묘수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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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볼 만한 배우들이 더 있다. 옥주의 친구이자 ‘발레리나’ 민희를 연기한 박유림은 일본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2021)로 영화에 데뷔해 수어 연기를 펼치며 주목받은 배우다. 두 번째 영화 출연작 ‘발레리나’에선 단아하고 발랄하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는다. 이충현 감독의 단편 영화 ‘몸값’(2015) 주연부터 ‘콜’의 목소리 단역, (이충현 감독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티빙 시리즈 ‘몸값’에서 전종서를 괴롭히는 조직의 부관리인 역으로 출연한 박형수는 최 프로와 한 편인 약사 명식으로 ‘발레리나’에 등장해 이충현 감독의 배우로 자리매김한다. 짧고 굵은 악역을 연기한 김무열도 한방 쾌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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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다음 행보는 2024년 공개 예정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우씨왕후’다. 액션 사극 장르로 첫 시대극 드라마 출연이다. 실존 인물인 고구려 왕후를 전종서가 어떻게 해석하고 자신만의 캐릭터로 완성할지 몹시도 궁금하다. (김무열이 고구려의 재상 역으로 출연해 전종서와 두 번째 호흡을 맞춘다.) 배우 생활 초반을 만만찮은 열정과 실력으로 꽉 채운 전종서가 앞으로 어떤 필모그래피를 써 내려갈지도 관심사다. 지금처럼 어디에도 얽매이거나 연연하지 않는 전종서만의 연기를 오래도록 보고 싶다. 전종서의 자유로운 연기는 보는 이들에게 희열과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모든 배우가 가질 수 없는 특별한 재능이다. 그러니 여러 연출자들이 전종서의 새로운 면모를 계속해서 발견해 주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아직 보지 못한 전종서의 잠재 능력은 쉽게 가늠할 수 없어서 기대되고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