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 시각)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1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 대비 4.3%(3.59달러) 급등한 배럴당 86.38달러에 마감했다. 중동지역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 격화하면서 원유 수요와 수급 불안정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가 상승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던 금융 시장에 새 충격이 될 수 있다. 유가가 각종 원자재 가격을 밀어 올리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심화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 급등하던 유가가 최근 진정세를 보이면서 물가 안정 추세에 기여할 것으로 보였지만 다시 부담이 늘게 됐다.
국제유가 흐름이 안정돼야 시장도 안정될 전망인데, 증권가에서는 이-팔 분쟁 양상에 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의 개입이 확인돼 확전으로 이어지면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지난 8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일각에서는 이란 배후설을 제기하는 만큼 사태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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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항공사는 유가가 오르면 연료비가 증가해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이 높은데, 석유는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더 커진다. 최근 유가 급등세로 약세였던 항공주는 하방 압력을 크게 받게 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4원 내린 1349.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대한항공은 전거래일 대비 2.61%, 아시아나항공은 0.10%, 진에어는 4.33% 각각 하락했다. 이들 종목은 장 중 각각 2만300원, 9900원, 1만960원까지 내려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티웨이항공은 4.02%, 제주항공은 4.67%, 에어부산은 4.61% 내렸다.
유가와는 별개로 방산주도 전쟁 발발로 상승했다. 방산주 주가는 지난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최근 조정 받았는데 다시 상승 흐름을 탈 가능성이 생겼다. 이날 한국항공우주는 4.07%,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23%, 현대로템은 3.49%, LIG넥스원은 6.38%, 풍산은 4.44% 각각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