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사후면세점' 히든카드 스킨앤스킨 "흑자전환 자신"

머니투데이 성상우 기자 2023.10.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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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앤스킨 (1,054원 ▼10 -0.94%)의 국내 사후 면세점 사업은 지난 6개월간 기획해 온 신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우선순위는 동종업계 전문경영인(CEO)으로 10년 이상을 지낸 ‘베테랑’ 류병호 사장을 영입하는 것이었다. 그는 업계 최상위권 업체를 맡아 키워내면서 판매 조직과 인바운드 여행사 네트워크를 장악한 ’업계 에이스‘로도 통한다.



그동안 신사업을 기획해 온 이인훈 경영총괄 부사장은 류병호 사장을 스킨앤스킨 새 출발의 파트너로 삼았다. 때맞춰 한한령이 해제되고 중국인 단체 관광이 재개되면서 과거 호황기 수준의 사후면세점 사업을 제대로 꾸릴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여기에 화장품 자체 생산 공장을 갖추고 있다는 점과 그동안 LG생활건강에 꾸준히 납품해온 기술력이라는 강점은 면세품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밸류체인 측면에서 타 업체 대비 확실한 경쟁우위를 가져다줄 것으로 봤다.

◇사후면세업 CEO 10년 '베테랑'…"생산·브랜드·네트워크 다 갖춰"



최근 더벨과 만난 류병호 면세점사업부 사장과 이인훈 경영총괄 부사장은 국내 사후 면세점 시장에 대해 “여행 관련 산업이 최근 팬데믹 때문에 잠시 멈추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사장 산업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소득이 높아질수록 커지는 산업이라 아시아 관광객들이 계속 늘어나는 국내 사후면세점에 지속적으로 기회가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에도 최상위권 업체를 이끌어왔던 류 사장이 스킨앤스킨과 손 잡은 이유는 간단하다. 상장사가 운영하는 사후 면세점이라는 점에서 고객들에게 공신력을 더 어필할 수 있고 자체 브랜드를 갖고 있다는 점에 끌렸다. 자체 생산 공장에서 뽑아낸 제품들을 판매대에 진열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었다. 최근 화장품 공장 투어 상품을 출시하면서 시너지를 높였고 기존 사후 면세점에 없는 신성장 여행 상품 도입과 재구매율 제고 전략 수립 등 차별화 시도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감안했다.

류 사장에게 스킨앤스킨은 브랜딩부터 생산-마케팅-판매에 이르는 전체 밸류체인을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회사였던 셈이다. 판매에만 집중하는 사후 면세점 업계에선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수익 극대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 총괄 부사장은 사후면세점의 3요소로 △자체 브랜드 및 제품 △판매조직 △여행사 네크워크를 꼽았다. 그는 “제품 생산시설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사후 면세점은 국내에 없다”면서 “스킨앤스킨은 CGMP(우수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인증을 갖춘 공장을 보유한 곳으로 생산 및 품질 측면에서 확실한 강점이 있다. 적어도 면세점 고객들에게 내놓는 화장품의 품질은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CGMP 인증은 생산된 화장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보장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화장품을 해외에 수출하려면 반드시 갖춰야하는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스킨앤스킨은 LG생활건강 프리미엄라인 제품을 공급하는 1차 벤더인데 이 납품 조건에도 CGMP 인증이 포함돼 있다.

스킨앤스킨이 새 전문경영인 영입을 통해 추가로 갖추게 된 강점은 ‘네트워크’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놓더라도 매장 현장에서 판매로 이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단체 관광객들이 매장을 방문하게 만들고 이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최종 단계에선 ‘베테랑’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스킨앤스킨은 최근 중국·태국·필리핀의 상위 5위권 아웃바운드 여행사들과 협약을 추진 중이다. 아웃바운드 여행객을 받아낼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들과도 협업 계약을 대부분 마쳤다. 해당 국가 단체 관광객의 여행 경로에 스킨앤스킨 사후 면세점을 포함시킨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협약이 완료되면 태국 단체 관광객의 대부분과 중국 단체 관광객 일부의 여행 경로에 스킨앤스킨의 사후면세점이 고정적으로 배치된다. 구매 욕구를 비롯해 관광객의 종합적인 컨디션이 최상으로 유지되는 패키지 여행 둘째 날 오전에 면세점을 방문하도록 코스를 짜는 디테일도 더했다. 이들은 국내 입국한 순간부터 관광 버스 안에서 지속적으로 스킨앤스킨 광고에 노출된다. 매장 안에서 이들을 상대로 제품을 어필하는 판매사원들은 과거 10년간 각 국가 현지 매장에서 경력을 쌓은 판매원들이다.

매장 내에서의 판매 스킬 교육과 조직 운영은 류 사장의 강점이다. 그는 “중국·태국·베트남·필리핀 등 여행객들의 언어와 문화가 제각기 달라 획일화된 판매 교육으로는 실제 구매로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다”면서 “중국만 해도 북부 출신과 남부 출신 관광객이 선호하는 화장품이 달라 개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국가별로 언어와 판매 스킬을 다 통제하고 교육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中 단체관광 재개 '호재'…"스킨앤스킨 전체 실적 흑자전환 견인 기대"

사업 오픈 시점과 맞물려 중국발 관광 수요가 풀리는 등 호재도 겹쳤다. 사후면세점의 핵심인 부가가치세 환급(Tax Refund) 폭 확대를 비롯해 비자 비용 면제와 공항까지 가지 않아도 결제 장소에서 곧바로 리펀드가 이뤄지는 등 여행객 친화적인 시스템 개선도 많이 이뤄졌다.

시장 상황 변화와 맞물려 스킨앤스킨도 계획을 앞당겼다. 고양시 덕양구 소재 스킨앤스킨 창릉지점에 300평 규모의 동남아 매장을 오픈했다. 적송 면세점을 비롯해 인삼 면세점, 김치 면세점 등 각 종 면세점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중화권관’도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그랜드오픈을 준비 중이다.

스킨앤스킨이 10일 사후면세점 매장을 오픈했다. [사진=스킨앤스킨[

이 총괄부사장은 사후면세점 매출이 중장기적으로 연간 500억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회사의 강점과 시장 상황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출한 수치다. 현재 국내 1위로 꼽히는 사후면세점 업체의 연매출이 600억원선인데 판매 역량이나 사업 규모로 볼 때 이에 뒤질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수치기도 하다.

스킨앤스킨 내부적으로는 사후면세점 사업이 본격화되는 올해 4분기 이후부턴 회사 전체 실적의 흑자전환도 내심 기대 중이다. 사후면세점 사업이 자회사가 아닌 본사의 한 사업부 형태로 시작된 만큼 여기서 나오는 매출과 이익이 곧바로 스킨앤스킨 개별 재무제표에 곧바로 반영되는 구조다.

이 총괄 부사장은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 스킨앤스킨의 전체 사업부 매출액은 보수적으로 200억~300억원선으로 잡고 있다. 화장품 면세점 사업의 통상적인 마진은 15%이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당장 내년부터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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