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너무 비싸" 안 팔리더니 결국 역성장…"보조금 더" 효과 있을까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3.10.1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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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너무 비싸" 안 팔리더니 결국 역성장…"보조금 더" 효과 있을까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3분기 들어 전기차 누적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보조금 확대 및 할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10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기차 누적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보다 1.9% 감소한 11만7611대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보조금 잔여 여부에 따라 분기별로 판매량이 다르다. 그러나 전기차 판매가 본격화된 2019년 이래 3분기 누적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에는 2만5586대, 2020년 3만5578대, 2021년 6만9023대, 2022년 11만9841대로 매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한국의 전기차 판매량 감소는 이례적이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기차 성장률이 지난해 세 자릿수에서 올해 두 자릿수로 둔화했지만 판매량이 줄지 않았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1~8월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53.6% 늘어난 128만4920대를 기록했다. 지난 8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순수전기차(BEV)의 신차 비중이 20%를 넘어서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올해 사상 처음으로 전기차 판매 100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49%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올 상반기까지는 다른 글로벌 시장과 같이 둔화 조짐을 보이다가 지난달 전기차 판매가 전년 동월보다 29.2% 급감한 1만4183대에 그치는 등 감소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132만5746대로 6.5% 늘었다. 전기차·경유·LPG 등이 주춤한 사이 하이브리드가 41.5% 증가한 22만3872대를 나타냈다. 완성차업계가 전동화 드라이브를 걸면서 신형 전기차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를 선호하는 모양새다.



현재 추세가 계속되면 연말까지 지난해 판매량을 뛰어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되는 4분기에는 일반적으로 판매량이 주는데, 올해는 기존 보조금 예산이 절반가량 남을 정도로 수요가 적다. 그동안 보조금 축소를 추진해 온 정부가 최근 4분기 한시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최대 100만원 늘린 이유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올해 판매 둔화로 제동이 걸렸다. 현대자동차·기아도 정부 보조금 정책에 발맞춰 최대 480만원 규모의 전기차 할인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일시적인 전기차 판매 촉진 전략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전기차가 값비싼 고급 모델 위주로 출시되면서 일반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가성비를 갖춘 전기차와 보조금 확대 없이는 판매량을 늘리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전기차가 하이브리드에 비해 가성비와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두 배 정도 비싼 가격이 문제인데 내년부터 보조금을 다시 줄이면 판매량도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전반적으로 보조금·인센티브 정책을 손볼 필요가 있다"며 "반값전기차 활성화 및 보조금 확대 등으로 가성비를 올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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