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안 받아요" 퇴짜놓는 인터넷은행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용안 기자 2023.10.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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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서민금융 셧다운③"안전한 주담대만"..서민금융 외면하는 은행들

편집자주 서민들이 돈 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은행 뿐 아니라 대표적인 서민금융으로 불리는 저축은행, 카드사, 대부업체까지 서민 대출을 거절하고 있다. DSR 규제와 최고금리 20% 상한제가 서민의 자금줄을 막는 부메랑이 됐다. 유일한 창구인 정책성대출마저 금융사 부담 증가로 문 닫힐 위기다. 어디서도 돈을 못 빌리는 서민들의 현실을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저신용자 안 받아요" 퇴짜놓는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출을 일정 수준 이상 의무적으로 맞춰야 하는 인터넷은행이 "저신용자는 퇴짜를 놓고 중신용자 위주로 가려받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비중을 최소 30% 이상으로 올려야 하는데 인터넷은행 3사 모두 목표치 미달인 실정이다.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기업대출 위주로 공격영업을 하면서 금융당국의 '경고'까지 받았지만 신용대출 잔액은 최근 1년새 22조원 감소했다.

1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일반 신용대출의 신용점수는 평균 880점, 909점이었다. 이 점수대는 과거 신용등급제 기준으로 2등급 이상, 상위 20%의 고신용자에 해당한다. 케이뱅크의 평균 신용점수는 810점으로 낮은 편이지만 이 회사의 경우 신용점수 650점 이하엔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았다. 650점 이하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 하위 40%에 해당한다. 사실상 저신용 서민에겐 대출 창구를 막아 놓은 셈이다.



정부는 인터넷은행에 인가를 내주면서 중저신용자의 대출 상환능력 평가역량를 강화해 자금중개 역할을 기대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에 따라 연체율 관리를 하기 위해 고신용자 위주로 신용대출을 내준 것이다. 특히 대출 부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저신용자엔 의무대출 비율에도 불구, 대출 문턱을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넷은행 3사는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아직 충족하지 못했다. 현재 3사 평균 25% 수준으로 연말까지 케이뱅크 32%, 카카오뱅크 30%, 토스뱅크 44%를 채워야 한다. 이와 달리 인터넷은행은 올해 들어 중저신용자 대출 대신에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 금융당국의 현장 점검을 받았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도 감소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이달 5일 기준으로 108조389억원으로 지난해 6월말 130조6789억원 대비 22조6400억원 줄었다. 1년4개월여 만에 17.3% 감소한 것이다. 은행들은 주담대와 같이 확실한 담보물이 있는 저위험 대출은 공격적으로 늘린 반면 연체율 관리가 쉽지 않은 신용대출엔 소극적이었다.

다만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기준 올 상반기 신규 가계대출 취급액은 4조95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5028억원 대비로 1조원 넘게 늘었다. 이는 은행이 신용대출 영업에 힘을 줬다기보단 기존 고신용 고객이 신용점수 하락에 따라 대출을 갈아타는 과정에서 신규 취급액이 늘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의 신용대출 심사는 더 깐깐해진 반면 경기 불황에 따라 고신용 고객의 신용점수 하락 현상이 본격화 한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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