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국적표기? 우리 일 아냐" 떠넘기더니…5달 만에 달라진 두 부처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3.10.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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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과기부, "내 소관 아냐" 떠밀다 돌연 긴급입법 촉구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포털 다음(DAUM)의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 서비스 매크로 조작 사건으로 '댓글국적표기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정부·여당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ICT(정보통신기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모두 해당 법안의 소관부서가 아니라며 서로 책임을 떠민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정보통신망법 소관부처인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발의한 댓글국적표기법에 대해 서로 담당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방통위는 개정안의 '과기정통부 장관 자료제출' 규정 등을 들어 "소관부처는 과기정통부"라고 밝혔다. 반면 과기정통부는 "개정안은 이용자가 무의식적으로 특정 이념·입장을 강요받는 것을 방지하는 이용자보호 업무로 방통위 소관"이라고 반박했다.



두 부처 모두 댓글국적표기법을 담당하지 않겠다고 손사레 친 셈이지만, 다섯 달 만에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김 대표가 과거 관련 법(댓글국적표기법)을 발의했지만, 여야가 진영논리에 빠져 계류 중"이라며 "정치권에서 지혜를 모아 긴급 입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필요하다면 정보통신망법 개정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선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번복해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외국발 여론조작 방지" VS "현실적으로 불가능"
지난 1일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한국-중국 8강전 당시 포털 다음에서 진행한 '클릭응원' 서비스. 다음은 중국을 집중적으로 응원한 네덜란드와 일본 IP 주소 2개의 클릭 수가 전체 3분의 2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사진=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지난 1일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한국-중국 8강전 당시 포털 다음에서 진행한 '클릭응원' 서비스. 다음은 중국을 집중적으로 응원한 네덜란드와 일본 IP 주소 2개의 클릭 수가 전체 3분의 2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사진=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댓글국적표기법은 일평균이용자가 10만명 이상이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인터넷 사업자에 이용자의 접속장소 국적(국가명)과 우회접속 여부를 표시하도록 했다. 이를 어길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해외 서버를 이용해 특정 게시물에 우호적이거나 비판적인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아 온라인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외국계 댓글부대를 견제하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반대편에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엔 익명·가명으로 자기 생각과 견해를 표명·전파할 자유도 포함된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오픈넷은 "정부와 사기업의 인터넷 공론장 감시를 부추기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인터넷 사업자 역시 이용자 접속장소 파악에 막대한 시간·비용이 드는 데다, VPN(가상사설망)으로 우회접속 하는 경우 이용자가 국적까지 조정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한다.

2012년 위헌결정을 받은 인터넷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인터넷실명제 역시 이번 개정안처럼 수범대상을 '일평균이용자 10만명 이상이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로 정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이용자수 산정 기준과 정확성이 불분명해 법 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며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건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과 동일한 요건인 만큼 같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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