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2021년 연설에 모여든 군중. /사진=Elekes Andor (CC BY-SA 4.0 DEED)
이 모임을 조직한 것은 '플라망의 이익'(Vlaams Belang)이라는 우익 정당인데, 이 정당은 주로 플라망(영어로는 플란더스)식 생활방식을 위협하는 이슬람, 이민자,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고약한 프랑스어를 주로 공격한다.
이러한 주장이 헛소리는 아닐지라도 협소하고 국수주의적이고 분열적인 것으로 들릴텐데, 확실히 잘 먹히고 있다. 모임에서 슬로트만 의원이 "민중이 자기 나라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소리 높이자 모여든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플라망의 이익'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정당이고,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22%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오른쪽이 옳은 쪽인 시대이젠 흔한 모습이 되었다. 유럽 전역에 걸쳐 '플라망의 이익'과 같은 포퓰리즘으로 무장한 우익 정당들이 정치적 변두리에 웅크리고 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계속 힘을 얻고 있다. 이들은 헝가리, 이탈리아, 폴란드에서 현재 집권하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 스위스에서는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라는 이름의 정당이 현재 22%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데, 작년 선거때만 해도 10%에 불과했던 것이 이렇게 상승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국민연합'(RN)이라는 가장 큰 강경 우파 정당이 24%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재정복'이라는 또다른 반이민 정당이 얻고 있는 5%를 더하면, 강경 우파는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고 있는 그룹이 된다. 네덜란드에서도 아직 규모가 작은 우익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모두 합쳐 25%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포르투갈, 루마니아, 스페인 같은 민주주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나라에서도 상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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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우파의 선전은 물론 하나의 모습을 갖고 있거나 한 방향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덴마크와 스페인에서는 최근 민족주의 포퓰리스트들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들 우익 정당의 이념과 정책이 똑 같은 것도 아니다. 어떤 당은 대서양주의자이고, 다른 당은 친러시아다. 어떤 당은 자유지상주의를 추구하고, 다른 당은 좀 더 확대된 복지정책을 추구한다.
물론 복지확대를 주장해도 순수 혈통의 자국민들에 대한 것이다. 더욱이 이들 우익 그룹은 권력에 가까이 갈수록 입장이 부드러워지거나 분열되거나 하는데, 부드러워지면서 동시에 분열되기도 한다. 예컨대 이탈리아 정부는 비록 파시즘과 연결되어 있는 이탈리아형제당이 이끌고 있지만 집권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던 것보다 온건해졌다.
그럼에도 현재의 흐름은 걱정스럽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폭넓게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유럽연합(EU)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5개국 중 4개국에서 강경 우파 정당이 정권에 참여하고 있거나 아니면 여론조사에서 20% 이상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둘째, 현재의 상황이 강경 우파들에게 유리하다. 팬데믹 동안의 소강상태가 끝난 이후 다시 이민이 늘고 있고, 물가는 높고, 기후변화 정책의 높은 비용이 포퓰리즘적 분노를 일으킬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셋째 이유가 가장 중요한데, 강경 우파는 꼭 정권을 잡아야만 정치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지지를 확보해 이미 정책논의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유럽 정부들이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이민, 기후변화 같은 시급한 문제에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을 수 없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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