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인 걸 숨기려 '가난한 결혼식'을 꾸몄던 부잣집 따님[PADO]

머니투데이 김수빈 PADO 매니징 에디터 2023.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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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더 인상적이고 더 멋진 결혼식에 대한 열망은 강렬해서 심지어 결혼식을 준비하다가 파혼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죠.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나마 식장이나 드레스 선택으로 갈등하는 한국은, 아예 하객을 위한 골프 코스를 조경해서 만들기도 하는 미국에 비해서는 소박(?)한 듯 보입니다. 럭셔리 웨딩플래너로 오래 일했던 애틀랜틱의 기자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2023년 7·8월호에 기고한 이 글은 유머러스하면서도 무겁고, 사회비판적이면서도 현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흥미로운 에세이입니다. 미국 슈퍼리치의 별난 결혼식 문화에 대해 알 수 있으면서도, 미국의 빈부격차를 지적하며 이를 무작정 비난하기보다는 부유층이 이렇게라도 돈을 쓰면서 고용이 창출되는 점을 지적하는 독특한 시선이 돋보입니다. 에세이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부자인 걸 숨기려 '가난한 결혼식'을 꾸몄던 부잣집 따님[PADO]


웨딩플래너들은 일요일 아침을 기도로 시작한다. 특별히 경건한 직업이기 때문이 아니다. 일요일은 토요일에 결혼한 고객들이 그들 스스로 행복한지 아닌지 알게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불행하다면, 일요일은 누구를 탓할지 결정하는 날이다. 그리고 월요일에는 이메일이 온다.

내가 "결정한다"고 표현한 이유는, 결혼식이 재미있고, 긴장되고, 비싸고, 감정이 복받치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결혼식은 여러 번 재고된다. 커플에 의해, 가족에 의해, 청구서의 금액을 지불하는 사람에 의해. 결혼식은 부부의 새 출발을 알리는 것이지만 동시에 다른 것들을 드러내기도 한다. 가령 가족 간의 불화, 깨진 우정, 오랜 재정적 후유증까지. 따라서 파티가 아무리 성공적이었다 하더라도, 웨딩플래너는 일요일에 기도하게 된다.



이메일이 기쁨과 찬사로 가득할까, 혹은 불만으로 가득할까? 예전에 내가 뉴욕에서 럭셔리 웨딩플래너로 일할 때, 사업 파트너와 나는 신부가 헬리콥터를 타고 신혼여행을 떠나며 쓴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신부는 자신의 결혼식이 "황홀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뒤이어 신부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나를 따라 해봐요"하고 말했다. "'나는 일을 더럽게 못 한다. 다시는 이 일을 하지 않겠다.'" 때때로 고객들은 단지 화낼 곳이 필요하다. 가끔은 나에게 소송을 걸겠다고 위협하기도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몇 년이 지났을 때, 나는 롱아일랜드에서 호화로운 결혼식을 맡았다. 신부는 이미 값비싼 청첩장에 수천 달러의 추가 요금이 드는 주문제작 내지를 넣을지 말지 고민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신랑 신부는 그들의 결혼식과 새집을 구매하고 꾸밀 예산으로 일곱 자릿수의 금액(수백만 달러, 즉 수십억원)을 받았다. 게다가 신부는 미드센츄리풍 가구를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청첩장 내지가 바실리 의자보다 가치 있을까? 그는 계속 망설이며 고민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으나 마침내 그의 어머니가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우리는 부자야!" 어머니는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내지 가져와요!"



수개월 후, 그때 그 어머니는 우리가 피로연을 위해 몇 날 며칠 동안 건설한 텐트를 감탄스럽게 바라보다가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이곳이 하룻밤만 사용된다니 아쉽네요. 우리 행사가 끝나면 여기서 지낼만한 노숙자들을 찾아보면 좋겠어요."




한번은 몹시 난처해하는 여성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딸이 몇 주 뒤에 결혼식을 올리는데, 나와 내 사업 파트너가 이 결혼식을 구제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전화에서는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며, 우리가 이 난관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시외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직접 방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화를 끊기 직전에 그는 속삭였다. "그건 그렇고 저는 아주, 아주 부자랍니다."

사실이었다! 그는 엘리베이터가 자신의 집까지 곧장 연결될 정도로 크고 사치스러운 곳에 살고 있었다. 유니폼을 입은 메이드가 우리를 맞이했고, 예술 작품이 걸려 있는 긴 복도를 따라 서재까지 안내했다. 그곳에 신부의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딜레마를 설명했다. 딸은 가족의 부를 부끄러워했으며, 오랫동안 부자임을 숨긴 채 살고 있었다. 그의 친구들은 그가 부자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신부는 어머니가 어떤 방식으로든 결혼식에 개입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만약 어머니가 개입하게 되면, 비밀이 모두 탄로 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그가 단지 가난을 코스프레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와 어머니의 수표책으로 무장한 어린 여성은 집을 떠나 자신이 생각하는 '평범한 결혼식'을 계획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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