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0시20분쯤 서울 남부지역의 한 치안센터 앞. 민원인 신고 전화기 수화기를 들어 전화를 걸자 경찰서로 연결됐다. 전화를 받은 경찰서 직원은 "저번에 치안센터 폐쇄회로TV(CCTV) 확인하러 갔을 때는 인근 지구대 번호로 연결됐다"고 했다. 경찰관조차 치안센터 전화가 어디로 연결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사진=이승주 기자
"여긴 경찰서인데요. 지구대로 연결돼야 하는데 이상하네요."
5일 오전 10시20분쯤 서울 남부지역의 한 치안센터 앞. 민원인 신고 전화기를 들고 전화를 걸자 경찰서로 연결됐다. 전화를 받은 경찰서 직원은 "저번에 치안센터 CCTV(폐쇄회로TV) 확인하러 갔을 때는 인근 지구대 번호로 연결됐다"며 의아함을 표했다. 경찰관조차 치안센터 전화가 어디로 연결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날 서울 북부지역의 한 치안센터 역시 문이 잠겨 출입할 수 없었다. 내부 형광등이 켜져 있었지만 문에 달린 벨을 눌러도 응답이 없었다. 건물 주변 화단은 정리되지 않아 지저분했다. 건물 뒤편으로는 스티로폼 박스와 고무끈 등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화장실로 추정되는 공간은 문짝이 없었고 언제 썼는지 모를 청소도구가 놓여 있었다.
치안 수요가 가장 높은 서울 지역의 치안센터만 놓고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치안센터 120개소가 운영 중이다. 이 중 44개소에 상주인력이 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5일 서울 북부지역의 한 치안센터 역시 문이 잠겨 출입할 수 없었다. 내부 형광등이 켜져 있었지만 문에 달린 벨을 눌러도 응답이 없었다./사진=이병권 기자
이 시각 인기 뉴스
경찰은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일부 치안센터를 폐지할 방침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달 25일 시도 청장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올해 말까지 전국 576개의 치안센터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치안센터로 분산된 인력을 지구대와 파출소로 복귀시켜 현장 인원을 보강, 치안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시설 노후화 등으로 방치된 치안센터들을 폐지해 국유 재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폐지되지 않고 남는 치안센터는 청소년 경찰학교 등 지역주민에게 환원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구대나 파출소가 먼 거리에 있거나 도서 지역에 있는 치안센터의 경우에는 폐지하지 않고 그대로 남긴다"며 "폐지되는 치안센터가 있던 공간과 할당된 예산은 국고로 귀속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5일 서울 북부지역의 한 치안센터 건물 뒤편 스티로폼 박스와 고무끈 등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건물 주변에는 화단이 정리되지 않은 채 지저분한 상태였다./사진=이병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