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금리 상승세, 파국 없는 결말은 가능할까[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3.10.0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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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미국 국채수익률이 하락하자 증시는 기술주 위주로 반등했다. 4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0.4% 올랐고 S&P500지수는 0.8%, 나스닥지수는 1.3% 상승했다.

미국 증시는 최근 국채수익률 급등에도 비교적 잘 버티고 있지만 국채수익률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향후 증시의 운명이 달린 국채수익률이 언제 하향 안정될지 주목된다.



美 국채 금리 상승세, 파국 없는 결말은 가능할까[오미주]


7월 말부터 국채 금리 상승, 왜?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날 최근의 국채수익률 급등은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채수익률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7월 말부터였는데 이 때는 인플레이션이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국채수익률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7월 말에 있었던 변화는 2가지였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너무 강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과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로 국채 발행이 증가한 반면 수요는 약화됐다는 점이다.

국채 금리 끌어올린 경기 호조세
경기 호조세는 중립금리가 올라갔다는 관측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중립금리란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세가 균형을 이루는 금리다.

연준(연방준비제도)이 1년반에 걸쳐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어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지 않는다면 이는 경제가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는 중립금리가 이전보다 올라갔기 때문이라는 논리였다.


중립금리 상승은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기간 프리미엄은 국채를 오래 보유하는데 따른 대가로 투자자들이 추가로 요구하는 국채수익률이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이상 이어진 저인플레이션과 저성장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인플레이션 압력과 성장 잠재력이 이전보다 커져 중립금리가 높아졌다면 국채 보유 기간 동안 금리 변동 리스크도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자연히 기간 프리미엄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는 계산이다.



과거 15년 이상 지속된 저인플레이션-저성장 환경이 바뀐 이유는 탈세계화 움직임과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에너지 가격의 상승 등이 꼽힌다.

국채 공급 느는데 수요는 약화
둘째는 국채 수급의 문제다.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는 현재 26조달러로 8년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게다가 올 상반기에는 부채한도 협상 타결이 늦어져 국채 발행을 거의 못했던 탓에 올 하반기에 국채 공급이 집중됐다.

반면 미국 국채의 해외 수요는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채의 주요 투자자였던 중국은 자국 경제가 심각하게 둔화되면서 미국 국채를 매입할 여유가 없는 상태이고 일본은 최근 몇 개월간 자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자국 국채의 투자 매력도가 올라갔다.



게다가 연준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또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수조달러의 미국 국채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을 사들였으나 2022년 3월에 매입을 중단하고 3개월 후부터는 오히려 보유하고 있던 국채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 결과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는 지난주 기준 8조달러로 1년3개월만에 1조달러가 줄었다.

美정부, 국채 이자 부담 급증
문제는 중립금리가 올라갔다면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성장의 균형을 위해 연방기금 금리를 과거 15년간의 기간에 비해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고 이는 미국 정부의 이자 비용을 크게 늘려 국채 발행을 더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이같이 국채 공급이 늘어나면 미국 정부는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한다. 신규 발행 국채의 금리가 올라가면 기존에 발행됐던 국채 가격이 떨어지며 수익률이 올라가게 된다.

채권시장, 새로운 적정 금리 모색 중
하지만 미국의 중립금리가 과거 15년에 비해 얼마나 높아졌는지, 또 미국 정부의 국채 공급 증가가 국채수익률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것인지 등은 불확실하다.

이에따라 채권시장은 중립금리 상승과 국채시장의 수급 변화에 맞는 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찾아가며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리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불확실성 자체를 평가하는 방식도 이전과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PGIM의 채권 담당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인 달립 싱은 WSJ에 "우리가 자금 목격하고 있는 현실은 채권시장이 불확실성 자체를 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을 재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의 변동성이 커지고 기록적인 규모의 국채 발행을 흡수할만한 예측 가능한 수요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러한) 새로운 체제를 잠재적으로 받아들이는데 대한 대가로 채권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보상은 확실히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금리 상승세 끝낼 2가지 악재
금리 패러다임이 변했다면 10년물 국채수익률이 과거처럼 1%대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믿기지 않지만 2019년 12월만 해도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8~1.9%였다.)

국채수익률이 이전처럼 낮아지지는 않는다 해도 언젠가 상승세는 멈출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 때가 언제이고 그 금리 수준이 어디냐는 것이다.

PGIM의 싱은 이에 대해 "이런 종류의 (가격) 현상은 스스로 시정이 될 때까지 계속되는 경향이 있다"며 채권수익률 상승세가 멈추려면 경제지표가 약화되거나 "금융시장의 공포와 같은 더 나쁜 메커니즘"이 발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 두 가지 중 하나가 국채수익률이 하향 안정세로 돌아가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는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세가 확인되거나 금융시장에 위기 상황이 발생해야 국채수익률 상승세가 멈출 것이란 전망이다.

어떤 경우든 증시엔 타격
문제는 이 2가지 모두 증시에는 최소한 단기적으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경제 호조세가 최근의 국채수익률 급등으로 갑작스럽게 악화되며 경제가 경착륙(하드랜딩) 한다면 기업들의 실적이 다시 타격을 받으면서 증시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또 국채수익률 급등으로 금융시장에 발작이 일어난다면 이는 증시를 급락시킬 수 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미니 은행위기도 시중 금리가 뛰면서 은행 예금이 더 높은 금리를 찾아 머니마켓펀드(MMF)로 대거 이동한 가운데 국채수익률 상승으로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던 국채 가격이 급락하며 자산 가치가 하락했던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남아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
다만 이 2가지 경로 외에 낙관적인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국채수익률 상승세가 멈추고 성장률이 서서히 둔화돼 그야말로 경제가 연착륙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미국의 채권시장과 경제가 어떤 궤도로 움직일지 알 수 없다. 일단 첫번째 관문은 오는 6일 개장 전에 발표되는 지난 9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다.

취업자수가 예상보다 많이 늘어 고용시장의 강세가 확인된다면 국채수익률은 다시 상승하면서 증시는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취업자수 증가폭이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를 밑도는 완만한 둔화세를 보인다면 채권시장과 증시 모두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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