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금 들어온다" 거짓말로 주가부양...금융당국에 딱 걸렸다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3.10.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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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한국인 A씨는 미국 소재 B사를 통해 한국 상장사 C사의 주식과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어 C사 주식을 고가에 처분할 목적으로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금이 유입되는 듯한 외관을 형성해 주가를 부양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협조를 요청해 조달 자금의 출처를 확인, A씨의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행위) 혐의를 입증했다.

외국 금융당국이 자국 상장 주식 관련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며 한국 투자자의 주식 이상 매매를 포착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세를 조종하는 등 법규 위반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 금융당국이 자국 상장 주식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 과정에서 한국 투자자의 주식 이상 매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사례는 2020년 8건, 2021년 6건, 2022년 5건, 2023년 1~9월 12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올해 들어 외국 금융당국이 한국 투자자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와 관련해 한국 금융당국에 협조를 요청하는 사례가 가파르게 늘었다. 외국 금융당국의 미공개정보 이용 관련 협조 요청 사례는 2020년 2건, 2021년 3건, 2022년 0건, 2023년 1~9월 9건으로 집계됐다.



일례로 일본 증권거래감시위원회(SESC)는 한국 금융당국에 한국인 D씨의 금융거래내역 등을 요청했다. 한국 소재 E사와 E사가 경영권을 가진 일본 소재 상장사 F사의 경영전략 업무를 담당하던 D씨는 F사의 중요정보를 이용해 정보 공시 직전에 주식을 매수, 공시 후 주가가 상승하자 매도한 혐의를 받았다.

금융당국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외국 상장 기업 인수·합병 사례가 늘어난 점이 이같은 행위가 늘어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또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계좌 수가 2020년 말 190만개, 2021년 말 460만개, 2022년 말 727만개로 늘어나는 등 투자가 활발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금융위와 금감원도 외국과 연계된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2020년부터 2023년 9월 말까지 16건의 협조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 금융당국은 한국인의 불공정거래 행위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한국에서 행하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도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금감원과 외국 금융당국은 '국제증권감독기구의 다자간 양해각서'(IOSCO MMoU)와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국경을 넘는 증권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는 등 공조하고 있다. 국제증권감독기구의 다자간 양해각서에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24개국 129개 기관이 가입돼 있다.

금융당국은 한국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증권 불공정거래 행위는 일반적으로 미국, 일본 등 외국에서도 금지되므로 해외주식을 거래할 때 해당 국가의 법규를 위반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해외주식 미공개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세조종이 의심되는 매매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은 외국과 연계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외국 금융당국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혐의를 적발하고 엄중 조치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외국 금융당국과의 상호 협력해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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