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ETF 시대, 증권업계 마케팅이 자양분 되려면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3.10.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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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촌에 계분(닭똥)이 인기라고 한다. 계분먹은 땅은 유익한 미생물이 늘고 토양구조도 좋아진다. 그런데 초보 귀농인들이 이를 잘못 써 농작물이 죽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다. 모든 분뇨에는 독이 가득한데 발효로 이를 빼내야 비로소 비료로 쓸 수 있다. 농사 욕심에 발효가 덜 된 거름을 넣으면 역효과가 나곤 한다.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1,039,105원 ▲230 +0.02%)' ETF(상장지수펀드)라는 상품이 있다. CD(양도성예금증서) 1일물 하루치 금리를 매일 이자수익으로 받는 상품이다. 금리투자가 인기였는지 지난달 19일 4조6650억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최근 삼성전자 거래대금의 4~5배 규모였다. 그런데 하루 뒤인 9월20일 해당 ETF의 거래대금은 2898억원으로 1/16 토막 났다.



고무줄 거래를 촉발한 것은 증권사의 현금 이벤트였다. 하루 최대 300억원 거래하면 300만원의 이벤트 상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가격변동폭이 좁은 상품이다보니 별다른 리스크 없이 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폭증한 거래대금은 이벤트가 끝나자 거품처럼 사라졌다. 이후 CD금리액티브 거래대금은 2000억~3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마케팅 측면의 헤프닝으로 치부할 수 도 있으나 사정이 간단치는 않다. 해당 상품 탓에 ETF 시장전체의 거래량, 거래대금이 왜곡되는 일이 있었다. 문제는 아직 진행형이다. 최근 ETF 시장 성장과 함께 증권업계 상위 증권사들이 계좌 개설, 투자자 신규 유입 등을 통한 점유율 확대를 목적으로 과도한 물밑 이벤트 경쟁을 놓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공개적인 이벤트 외에도 일부 제한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이벤트가 주기적으로 열리는 중이다. 한 대형 증권사는 수십명의 개인 전문투자자들을 관리하면서 2~3개 단기통안채 ETF 종목 거래에 대한 현금 등 보상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증권사 MS(시장점유율)를 늘려가고 있다고 한다. 박스권 증시에 불안정한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면서 단기 채권에 투자자 시선이 몰려있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여기저기서 반복되고 있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혜택을 주면서 증권사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건 필요하다. 하지만 과한 이벤트 경쟁은 투자자에게 ETF 상품 자체에 대한 확신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두게 만든다. ETF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보니 점유율 싸움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과욕 마케팅은 금융기관에 항상 독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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