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8만 미국인 죽이는' 좀비마약…美, 펜타닐 관련 中기업·개인 제재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3.10.0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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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가 '좀비 마약' 펜타닐을 불법 제조하고 유통한 혐의로 중국 기업과 개인에 무더기 제재를 단행했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펜타닐 유통을 막기 위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2022년 3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시내에서 경찰이 펜타닐에 취한 한 남성을 검문하고 있다./AFPBBNews=뉴스12022년 3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시내에서 경찰이 펜타닐에 취한 한 남성을 검문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재무부는 펜타닐, 메스암페타민(히로뽕), 엑스터시 원료를 만들어 유통한 혐의로 중국인 13명과 12개 중국 업체, 중국에서 마약 물질을 수입한 캐나다인 1명과 2개 업체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에 따라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인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이와 더불어 미국 법무부는 메스암페타민과 펜타닐 등의 마약 제조와 공급 혐의로 중국 업체 8곳과 경영진 12명에 대해 8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글로벌 펜타닐 공급 사슬은 종종 중국 화학회사에서 출발한다"면서 "미국 정부는 이 사슬을 모조리 끊고 펜타닐을 우리 사회에서 몰아내고 책임 있는 이들을 법정에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선 중국 정부가 중국에서 출발하는 전구체 화학 물질의 무분별한 흐름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월리 아데예모 재무차관은 "불법 마약 거래에 따른 글로벌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모든 수단을 신속히 이용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제재 대상의 주변 사람과 가족이 불법 마약 유통으로 이익을 얻는지에 대해서도 추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전역에서 불법 마약 남용에 따른 사망이 증가하면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최근 추정치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1년 동안 미국서 약물 과다 복용에 따른 사망자는 11만1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펜타닐로 인한 사망이 70% 이상으로 파악된다.

펜타닐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으로 위력이 헤로인의 50~100배에 달하며, 치사량이 고작 2mg일 정도로 적어 '악마의 약'으로도 불린다. 미국 당국은 미국에서 유통되는 펜타닐 원료 물질인 전구체 화학 물질 중 상당량이 중국에서 멕시코 마약 카르텔로 넘어와 펜타닐로 완성된 뒤 미국으로 밀수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제재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수십 년 만의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양측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펜타닐 전구체의 양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협상을 벌여왔지만 합의엔 이르지 못했다.

제재와 관련해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미국 측은 중국과의 마약 대응 협력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면서도 중국 기업과 국민에 대한 확대관할(한 나라의 법률 적용 범위를 나라 밖으로 확대하는 것)을 강행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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