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작인 '쌍화점' 속 역할도 무려 '미소년' 친위부대 소속 캐릭터였다. 이처럼 송중기는 데뷔 초 KBS 2TV 주말드라마 '내 사랑 금지옥엽'의 꽃미남 막둥이 역할을 비롯해 드라마 '트리플' '산부인과' '성균관 스캔들' 등 다수 작품에서 곱상한 미모와 깜찍 발랄한 매력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외모가 주는 곱상한 이미지를 깨고 싶어 '티끌 모아 로맨스'의 청년 백수 캐릭터를 선택했다. 망가지는 연기로 그런 이미지를 깨보고 싶다"라는 바람은 워낙 출중한 비주얼에 쉽게 이뤄질 리 만무했다.

점차 예열된 송중기의 연기 열정은 마침내 영화 '화란'에서 폭발했다. 동안 외모에 오래도록 강했던 '꾸러기' 매력을 확실히 지우고 가려져 있던 묵직한 얼굴을 꺼낼 캐릭터를 드디어 만난 것이다. 연기 욕심이 오죽하면 송중기는 '화란'의 제작사 사나이픽처스(대표 한재덕)에 역으로 '노 개런티' 출연을 제안할 정도였다. 누아르물 도전에 한이 맺혀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는 것이다.
탁월한 안목으로 '화란'의 작품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송중기는 기존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 그 자체로 존재,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었고 완성도에 크게 기여했다. 단순히 남성미 부각을 넘어 위태로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날것의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가슴 저릿한 여운을 선사했다. 상당한 흡인력을 발휘해 러닝타임 124분간 몰입도를 높이며 놀라움을 안긴 송중기다.
송중기의 열연이 통한 '화란'은 결국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달성한 것. 이에 송중기는 연기 데뷔 15년 만에 세계 최고 권위의 칸 무대에 입성하는 배우로서 값진 커리어를 쌓았다.
또한 이번 '화란' 출연은 작품을 온전히 전하고자 하는 송중기의 순수한 애정이 묻어나며 더욱 눈길을 끌었다. 송중기는 "혹여나 '화란'에 제가 출연하고 전체적인 제작비가 늘어나면 상업영화의 흥행 공식이 점점 들어가면서 매력적인 대본의 장점이 줄어들진 않을까 하는 제 개인적인 걱정이 있었다. 안 해도 될 카체이싱이 생길까 봐, 그래서 노 개런티 선택을 했던 거였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게다가 송중기는 최근 재혼과 득남으로 인간 송중기로서도 큰 변화를 맞이한 바. 그는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니까, 그저 감사한 마음밖에 없다. 더더욱 유명한 배우이길 떠나서 내 아들한테 떳떳한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가짐이 좀 더 진지해졌다"라고 달라진 태도를 보이며 배우 인생에서도 색다른 작품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송중기 표 누아르물 '화란'은 오는 11일 극장에서 관객들의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