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강동원은 수많은 ‘미남’들이 즐비한 연예계에서 말 그대로 ‘클래스가 다른’ 비주얼로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20여년간 엔터테인먼트 기자로 일하며 수많은 ‘미남’들을 만나본 기자도 강동원을 실제 만났을 때 입에서 “아우씨 진짜 잘생겼네”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그게 벌써 10여년 전 일이다.
강동원이 타고난 외모를 바탕으로 한 스타성만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건 아니다. 보호본능을 솟구치게 하면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강단 있는 성품.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뜨거운 연기열정. 그런 가운데 엿볼 수 있는 소박하면서 인간적인 면모. 양파가 껍질을 갈 때마다 새살이 나오듯이 강동원은 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면서 대중의 사랑을 20여 년째 받고 있다. 또래의 배우들과 달리 흥행에 실패해도 별다른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 그냥 강동원이기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것. 수없이 봤어도 여전히 신비롭고 여전히 알고 싶고 모든 게 궁금한 말 그대로 ‘슈퍼스타’다.

‘천박사’가 연출 입봉작인 김성식 감독은 스승인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영향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관객들과 호흡하면서 즐길 수 있는 상업 영화로 연출 신고식을 치렀다. ‘천박사’의 제작사는 최근 충무로에서 흥행타율이 제일 높은, '베테랑' '엑시트' '밀수'를 만든 외유내강(류승완 강혜정 공동대표). 김감독과 외유내강 제작진은 그동안 관객들이 강동원을 사랑했던 부분들을 잘 선별해서 이상적인 ‘강동원 사용 설명서’를 완성한다.
우선 '천박사'는 강동원의 실사가 아닌 듯한 비현실적인 미모를 철저하게 이용한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답게 다소 만화적인 부분이 많은 영화답게 강동원은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비주얼로 보는 이들에게 ‘심쿵’ 모먼트를 선사한다. ‘최고의 피사체’라는 김감독의 극찬에 맞게 급박하게 진행되는 사건들 속에서도 강동원의 얼굴 클로즈업 장면이 넘쳐난다. 조명도 아주 세게 치면서. 이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주름살도 보이지만 여전히 마흔두살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동안 외모'로 관객들을 무장해제시킨다.

강동원은 의외로 코미디에도 재능이 있다. 매사 진지할 것 같은 그가 예상을 깨고 웃기면 대중들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 ‘전우치’ ‘검사외전’을 보면 그가 틀 안에 갇혀 있지 않고 매우 유연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배우임을 알 수 있다. ‘천박사’에서도 그 유머감각을 적절히 사용한다. 영화 초반 가짜 퇴마사로 사기를 치고 다니는 모습에서 ‘전우치’ ‘검사외전’에서 관객들이 좋아했던 개구쟁이 같은 악동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수위 조절을 하며 웃음을 유발한다. 천박사의 사기 파트너 인배(이동휘)와의 티키타가도 영화를 경쾌하게 만드는 웃음 포인트. 이동휘와 차진 케미스트리를 형성하며 관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하지만 개봉 후 영화 완성도에 대한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담없이 보는 명절에 안성맞춤인 킬링타임용 오락 영화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기대에 못 미치단 아쉬움의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단선적인 서사와 빈약한 상상력이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출연 영화들이 흥행이 부진했던 강동원이 ‘천박사’로 오랜만에 흥행의 달콤한 맛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또한 제작진의 바람대로 시즌2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