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도적'은 1920년 중국의 땅, 일본의 돈, 조선의 사람이 모여든 무법천지의 땅 간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하나 된 이들이 벌이는 액션 활극이다. 김남길은 노비 출신의 일본군이었다가 현재는 간도에서 도적단을 이끄는 이윤 역할을 맡았다. 김남길은 이윤이 독립군이 아니어서 끌렸다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도적'은 '한국형 웨스턴'을 표방했다. 장르적 특성상 총기 액션이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앞서 '존 윅'같은 액션을 해보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던 김남길은 다양한 총기 액션을 선보였다. 김남길은 "'존 윅'은 자동소총이고 '도적'은 수동이라 총알을 넣어야 했다"며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했지만, '도적'에서 김남길이 보여준 액션은 허투루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많은 웨스턴 무비를 보고 그러다 보니 윈체스터가 나오면 안 돌리고는 못 베기겠더라고요. 스타일리시한 부분을 극대화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어떠한 시대의 서부극에서도 그 장면은 빠지지 않더라고요. 눈뜨면 돌리고 눈 감기전에 돌리면서 연습했어요. 그때가 '아일랜드'를 찍고 있을 때였는데 그때도 계속 돌렸어요."
이같은 노력을 거쳐 탄생한 결과물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죽으려 간도에 왔던 이윤이 각성하는 1화 마지막 부분이 대표적이다. 혈혈단신으로 포병대를 박살 내며 '감재사자'라는 별명을 얻게된 이윤은 노덕산 패거리를 홀로 소탕했다. 특히 해당 장면은 롱테이크로 촬영돼 더욱 몰입감을 선사했다. '도적'뿐만 아니라 김남길이 보여준 다양한 액션 장면은 많은 시청자를 빨아들인다. 김남길은 이렇게 사람들이 자신의 액션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감정을 담아서"라고 밝혔다.
"컷을 나누는 액션이 더 스피디하게 보이고 촬영하기도 수월해요. 그런데 액션팀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죽으려고 간도에 간 이윤이 총을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그것에 대한 회의감, 원망과 분노, 후회를 액션에 담아내기로 했어요. 노덕산을 죽일 때도 총으로 쏴죽이면 되는데 그런 감정을 담아 액션을 디자인했어요. 원래는 1~2층 장면을 한 번에 찍었는데 완성본을 보니 잘랐더라고요. 단순하게 액션을 하면 살기 위한 것에 포인트를 두다보니 방어적인 액션이 강하게 나와요. 저는 처절함, 처연함을 넣어서 얼굴 표정에도 힘을 줬어요. 카메라에 담기지 않더라도 전체적으로 그게 보일 수 있게 크게 크게 했어요. 그러면 엉켜도 자연스러우니까요. 저는 항상 액션을 처절하게 해서 사람들이 응원해 주는 것 같기도 해요."

"처음에 20부작이었을 때 풀리는 서사들이 있었어요. 광일이(이현욱)와의 관계가 대표적이에요. 저는 대본에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구축했어요. 다만, 주요 인물들의 서사를 보여주면 서사만 보여주다 끝날 가능성이 있어서 서사가 많이 빠졌어요. 개인적으로는 둘의 관계에 대한 호흡이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빨리 안 넘어가더라도 관계성에서 보여지는 것들이 있잖아요. 보시는 분들이 답답해하실 수 있는데 그건 연기를 못한 제 잘못이에요."
이윤과 남희신(서현)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희신은 이윤의 도움을 받아 간도선 부설 자금을 독립군에게 운반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윤과의 인연에 대해 계속해서 궁금증을 가진다. 김남길은 이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건네며 궁금증을 해소시켜줬다.
"조금 더 시간적으로 풀어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과거에 희신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둘이 구해주는 장면이 있었어요. 광일이는 그때부터 희신이를 좋아했던 거고요. 이윤은 그렇게 엮이면서 계속 옆모습만 살짝살짝 보여주고요. 희신이는 그래서 정면을 보고도 몰랐던거에요. 경찰서에 폭탄을 던지고 숨어들었을 때도 이윤은 희신을 알아보고 숨겨준 거고요."
이처럼 김남길은 줄어든 회차 탓에 사라진 장면을 아쉬워하며 시즌2에 대한 강렬한 욕심을 드러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내년 가을에 제작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김남길은 시즌2에 등장할 다양한 이야기와 등장인물을 '스포일러' 하기도 했다.
"시즌2를 들어가면 도적단이 가진 이야기도 할 것 같아요. 그들이 합류하기까지의 이야기들, 또 합류해서 명정에서 어떻게 살아아고, 전쟁 이후에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요. 또 이윤과 광일의 풀리지 않았던 서사를 통해 왜 그들이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는지도 말해주고요. 또 마적단과 일본군 외에 또 하나의 빌런도 나올 거예요. 제가 '감재사자'인데 그와 파트너를 이루는 '직부사자'가 있거든요. 그 빌런은 정말 끝까지 악에 젖어있는 사람이에요."

"예전에는 사전적 의미의 어른, 사회적 위치가 높으면 어른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뭐라도 남기리'를 통해 그런건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도적'을 찍으면서도 독립군이 모두 다 강한 사람은 아니더라고요. 그냥 자신이 가진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면 어른인 것 같아요. 그 어른이라는 것도 시대에 따라 다르고, 제가 생각하는 기준도 흐름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저는 지금 좋은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좋은 어른'이란 말을 누군가 저에게 해주면 좋은 거지만, 제가 어떤 기준을 정해서 그걸 맞춰가면 되게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김남길은 충분히 좋은 어른이었다. 올해로 데뷔 2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촬영장에서는 후배들과 다채롭게 소통하는 모습이 그러했다.
"제가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현장에서 젊은 친구들과 촬영을 할때, 선배를 대할 때와 후배를 대할 때,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경험한 것을 틀렸다고 생각하거나 편협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해요. 소통을 할 수 있어야 요즘 시대에 발 빠르게 맞춰가는 것 같아요."
여전히 좋은 어른이 되어가는 중인 김남길은 배우로서도 성장할 수 있는 캐릭터에 끌린다고 밝혔다. 선배들에게 '도화지 같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는 김남길이 '도적' 이후에 보여줄 캐릭터는 무엇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실 저는 알려지기 전에 뭘 해도 각인이 안 되는 것 같았거든요. 그게 단점 같았어요. 선배님들이 그런 저를 보고 '도화지 같기 때문에 괜찮다'는 말을 해주셨거든요. 진짜. 많이 알려진 후에는 각자의 역할에 따라 달라 보여서 장점인 것 같아요. 제가 끌리는 건 성장할 수 있는 캐릭터예요. 아픔이 있지만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캐릭터가 끌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