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각종 공급망 문제가 BYD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BYD가 이룬 성과의 진가가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BYD는 블레이드 출시 4개월 후 플래그십 차량인 한(Han)을 출시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가 부품을 기다리다 마비된 듯 보였을 때 BYD는 그야말로 자동차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누적되면서 BYD의 자동차는 더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더 저렴해졌다. 10년 전, BYD의 당시 플래그십 차종이었던 박스형의 투박한 해치백 BYD e6는 4만9000달러(6500만원)가 넘는 가격에 300킬로미터의 주행거리를 자랑했다. 지난 5월 BYD는 동일한 주행거리의 새로운 시걸(Seagull) 해치백을 발표했는데 기본 가격이 e6의 4분의1에 불과한 1만1000달러(1500만원)였다.
"BYD의 DNA는 제조업이며 비용 절감에 탁월하기로 악명이 높을 정도죠." 자동차 컨설팅 회사인 ZoZoGo 창업자 마이클 던의 말이다. "처음에 휴대폰용 배터리 제조사로 출발했을 때의 전략이 그랬고 자동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예요. 거부할 수 없을 정도가 될 때까지 비용을 낮춥니다."
BYD가 세운 기록을 보면 BYD가 얼마나 거부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는지 알 수 있다. 현재 세계 최대의 전기차 생산업체이자 두 번째로 큰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이며,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 브랜드로 적어도 15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폭스바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022년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모델 상위 10개 중 6개가 BYD 차량이었다. 모회사 BYD컴퍼니 고용인원이 60만 명에 육박해--이 중 절반은 작년에 고용했다--현재 중국 민간 기업 중 고용인원으로는 위탁 제조 대기업인 폭스콘에 버금갈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눈 깜짝할 사이에 크게 성장한 BYD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지만 이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더 큰 지각변동의 일부다. 2023년 1분기 중국은 사상최초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올라섰다고 닛케이아시아가 보도했다. 중국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해관총서 데이터에 따르면 1분기 중국 승용차 수출액은 160억달러를 넘었는데 이는 2020년 동분기 대비 900% 증가한 것이다.
"이젠 중국의 [자동차] 수요가 중국의 생산으로 충족되는 세상이 됐죠." 미국외교협회의 글로벌 무역 및 자본 흐름 전문가인 연구위원 브래드 세서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중국이 이렇게 단기간에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전환한 것은 세계 경제에 큰 충격입니다."
지난달 포드의 CEO 짐 팔리는 이렇게 말했다. "이게 새로운 세계 질서라는 걸 똑똑히 보실 수 있을 겁니다."
5년 전만 해도 이런 새로운 세계 질서를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BYD가 이를 선도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선전(深?) 소재의 기업 BYD는 원래 휴대폰용 배터리 제조업체였다가 2000년대 들어 전기차 배터리로 사업을 전환했다. 2008년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의 자회사가 투자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BYD는 자동차 업계의 지진아(遲進兒)로 여겨졌다. 많은 중국 소비자에게 BYD는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넉넉한 정부 보조금으로 겨우 판매를 유지하는 메이커였다. 2011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BYD가 경쟁 상대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저 웃기만 했다. "그 회사 차를 본 적 있어요?" 그의 대답이었다.
오늘날 테슬라는 BYD의 고객사다. 테슬라는 지난달 독일에서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를 장착한 첫 번째 테슬라 모델을 출시했다. 테슬라는 포드, 폭스바겐과 같은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와 마찬가지로 BYD의 공급망 모델을 따르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과거에는 아웃소싱했던 필수 광물 채굴, 가공과 배터리 생산 같은 업스트림 부문에도 투자하고 있다.
"블레이드는 현재 세계 최첨단의 배터리라 할 수 있습니다." 던의 말이다. "테슬라가 자동차 제조업체로 시작하여 업스트림으로 가고 있는 반면, BYD는 배터리의 강자이자 자동차 업계의 다크호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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