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서 군부 쿠데타 지지자들이 불타는 정부 여당 당사 앞에 모여 쿠데타 지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7.28. /사진=AP/뉴시스](https://thumb.mt.co.kr/06/2023/09/2023092914201622131_1.jpg/dims/optimize/)
"이츠하크 라빈(이스라엘 총리)과 야세르 아라파트(팔레스타인해방기구 의장)가 백악관 잔디밭에서 악수를 하던 바로 그날, 내가 타고 있던 에어아프리크 여객기는 말리의 수도 바마코Bamako에 접근하고 있었다. 내 눈 아래 사막(계속 넓어지고 있다) 끄트머리에는 양철 슬레이트 판잣집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오늘의 진짜 뉴스는 백악관이 아니라 바로 내 눈앞에 있었던 것이다."
1990년대 나온 신문이나 매거진 컬럼들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모두 민주주의의 이상이 어떻게 탈냉전시대를 이끌고 나갈 것인가에 골몰해 있었는데, 나는 그것보다는 심각해지는 지하수 부족 문제, 과잉경작에 따른 토질 악화 등이 간접적으로 인종적, 종교적, 종족적 갈등을 어떻게 악화시킬지에 골몰해 있었다.
모든 지역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세계에서 거버넌스가 가장 약한 지역은 확실히 이러한 쪽으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저개발되어 있는 사헬 지역은 극단적인 모습이긴 하지만 전지구적으로 찾아올 혼란을 미리 보여주는 샘플이 된다. 아프리카는 확실히 우리 모두를 위한 교훈을 갖고 있다.
니제르에서 최근 발생한 쿠데타가 더욱 혼란에 빠뜨릴 사헬 지역은 늘 식수부족과 이상고온에 시달려왔다. 이 지역 여성들은 평균 6번의 출산을 겪고, 주민의 40% 이상은 극빈 상태로 수많은 사람들이 살 길을 찾아 해외로 이주를 한다. 니제르 주민은 떠나고 주변 국가에서는 분쟁을 피해 니제르로 도망쳐오는 난민의 행렬이 끊기지 않고 있다. 이는 '기후 전쟁'이라는 개념이 왜 과도한 단순화인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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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가오는 무정부상태'에서 상세히 기술했듯이 기후변화라는 이슈는 최빈국들의 높은 인구증가율, 자원부족, 질병확산, 약하거나 거의 존재하지 않는 제도적 인프라, 멋대로 그어진 국경선, 종족간·종교간 갈등과 합쳐서 파악해야 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특히 사헬 지역은 극단적인 형태로 이러한 문제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은 세계의 미래, 특히 매우 기분 나쁜 문제를 미리 보여준다. 바로 '국가와 지도자들은 어떻게 통제불능의 힘에 압도당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다.
현재 아프리카는 전 세계 인구의 18%를 가지고 있는데, 2050년쯤 되면 이 비율이 26%로 올라갈 것이다. 2100년이 되면 거의 40%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1세기가 막 시작했을 무렵 유럽과 아프리카는 거의 같은 인구를 가졌다.
하지만 21세기가 끝날 무렵이 되면 아프리카는 유럽보다 7배나 많은 인구를 가지게 될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유럽의 운명이 동쪽 즉 우크라이나에서 결정될 것처럼 보이는데, 미래에는 남쪽이 유럽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사하라 이남에서의 이주민 물결이 유럽 남쪽 해안을 계속해서 때릴 것이다.
니제르를 우리가 주시해야 하는 것은 이 나라가 러시아 용병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 미군들이 싸우는 전장(戰場)이어서가 아니다. 니제르가 우리를 습격해올 중대한 문제들의 은유이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로 지리적 거리가 줄면서 세계가 좁아지고 걱정거리로 가득하게 됨에 따라 아프리카는 우리의 의식 속 지도에서 더욱 커질 것이며, 우리는 모두 서로 긴밀히 연결된 가족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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