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하게', 사진=스튜디오피닉스, SLL](https://thumb.mt.co.kr/06/2023/09/2023092910007249404_1.jpg/dims/optimize/)
김희원은 바로 요즘 각종 작품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이름이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에서 극 중 정원고등학교의 교사 최일환 역을 맡아 ‘스승의 액션’과 ‘스승의 마음’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무빙’에 바로 이어 공개된 ‘한강’에서는 한강경찰대의 망원지구대 경위 이춘석 역을 연기하고 있다. JTBC 토일극 ‘힙하게’에서는 무진경찰서의 경위 원종묵 역으로 분한다.
김희원이 대중적으로 큰 이름을 알린 것은 2010년 영화 ‘아저씨’에서의 만석 역이었다. 극악한 조직폭력배 역할로 태식 역 원빈과 함께 유리창을 사이에 놓고 벌이는 ‘방탄유리’ 장면은 영화의 명장면으로도 기억된다. 이렇듯 악역으로 출발한 그의 커리어는 자연스럽게 악역과 붙는 나날이 많았다.
!['무빙',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https://thumb.mt.co.kr/06/2023/09/2023092910007249404_2.jpg/dims/optimize/)
‘무빙’의 최일환은 군인이다가 강릉무장공비 침투사건 당시 국가정보원 블랙요원이었던 장주원(류승룡)의 활약에 반해 국가정보원 요원이 된 캐릭터다. 그의 역할은 정원고등학교에 체육교사로 잠입해 국가 차원에서 초능력자들의 자녀들을 육성하는 이른바 ‘NTPD(국가재능육성사업)’ 핵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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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많은 잠입관련 서사가 그렇듯 교사로 잠입한 그에게 교사로 지낸 수많은 세월은 자연스럽게 교사로서의 책임감을 늘리는 시간이었다. 그는 결국 임무보다는 학생들의 안전과 미래가 더욱 중요해졌고, 자신이 있는 조직의 논리와도 배치된다. 교사의 위엄을 살리는 대사에서는 최근 교권실추의 사례와 결부돼 실제로 눈물을 글썽이는 교원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한강’의 이춘석과 ‘힙하게’의 원종묵은 그나마 결이 비슷하다. 조금은 나른하고 어수룩해 보이지만 책임감은 있는 인물인 것이다. ‘한강’의 이춘석이 동료애에 조금 더 방점이 찍혔다면, ‘힙하게’의 원종묵은 극 중 정현옥(박성연)과의 로맨스에 더욱 방점이 찍혀 있다. 그의 연기는 악역이 되든 선역이 되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편이라, 연기를 보는 사람들은 ‘원래부터 그의 성격이 저랬나’ 오해 아닌 오해를 하게 된다.
선역이든 악역이든 현실에 발을 굳건하게 붙인 것 같은 실재감이 드는 이유는 그의 역사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극단생활로 연기를 시작했지만, 꽤 오랜기간인 2000년대 중반까지 무명에 머물렀을 정도로 그의 연기 초창기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매번 떨어지는 오디션과 나아지지 않는 경제 사정 때문에 연기를 그만해야 할 정도로 고민에 휩싸였다.
!['힙하게', 사진=스튜디오피닉스, SLL](https://thumb.mt.co.kr/06/2023/09/2023092910007249404_3.jpg/dims/optimize/)
김희원의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은 예능을 통해서도 보인다. tvN에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방송된 ‘바퀴달린 집’에서 그는 배우 성동일과 함께 메인 호스트가 됐다. 사실 둘 다 예능에 그렇게 능숙하지 않고, 섭외와 재미의 구현에도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을 통해 프로그램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넓은 인맥으로 많은 동료 배우들의 출연을 성사시켰음은 물론이다. 김희원은 상대적으로 생소한 예능에서조차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악역으로 가든, 선역으로 가든 너무 극단적인 이미지는 배우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장애물이 된다. 물론 이를 뛰어넘으면 된다고 자신하긴 하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다. 김희원은 특유의 낙관이 있다. 이 낙관이 난관을 넘어간다. 그리고 ‘한강’에서는 한강경찰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선박운전면허증을 일주일에 걸쳐 따는 악착같음도 보여준다.
낙관과 악착. 이러한 그의 양면은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연착륙을 돕는 비행기의 양 바퀴와도 같다. 악역과 선역이라는 캐릭터가 비행기의 양 날개라면 그의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면들은 대중의 마음에 스며드는 착륙장치인 것이다. 마치 그 예능 프로그램 제목 ‘바퀴달린 집’과도 같다. 어느 캐릭터로 극한의 연기를 보이든, 김희원은 그렇게 현실에 발을 붙이고 가랑비에 옷 젖듯이 늘 우리의 곁에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