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과 혈투를 벌여도 '누구도 널 지켜주지 않아'

머니투데이 정유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3.09.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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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볼만한 킬링타임용 SF 호러 스릴러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긴 추석 연휴에 OTT로 뭐 볼까 고민 중이라면 색다른 SF 스릴러 영화 ‘누구도 널 지켜주지 않아’를 추천한다. 한국 드라마 ‘무빙’의 흥행 성공으로 시청자를 끌어모은 디즈니+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다. 원제는 ‘No One Will Save You’, 젊은 여성이 자신을 납치하려는 외계인에 맞서 싸우는 내용으로 러닝타임(93분)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장르 영화다. 외계인이 출몰하는 영화이니만큼 기왕이면 늦은 밤 혼자, 사운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관람을 권한다.

디즈니, 픽사, 마블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디즈니+지만, 디즈니 계열사의 스릴러 영화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폭스 서치라이트 픽쳐스의 호러 스릴러 ‘나이트 하우스’(2021)와 고어 스릴러 ‘프레시’(2022), 20세기 스튜디오의 범죄 스릴러 ‘출구는 없다’(2022)가 독특한 개성으로 디즈니+의 스릴러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20세기 스튜디오의 신작 ‘누구도 널 지켜주지 않아‘는 SF 호러 스릴러를 내세워 앞의 영화들과 차별화를 꾀한다.



젊은 여성 브린(케이틀린 데버)은 외딴집에서 혼자 산다. 빈티지 의상을 제작해 판매하고 미니어처 하우스 만들기를 취미 삼아 외로움을 달랜다. 어릴 적 단짝 친구와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마을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브린은 한밤중 집에 찾아든 정체불명의 생명체와 맞닥뜨린다. 임기응변으로 외계인을 물리치는 데 성공하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브린은 이어지는 위기 상황에서도 홀로 사투를 벌여야만 한다.

사진=공식 예고편 영상 캡처사진=공식 예고편 영상 캡처


‘누구도 널 지켜주지 않아’는 침입자가 등장하는 ‘홈 인베이션’(가택 침입) 장르를 변주한다.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자면 ‘나홀로 집에’ SF 버전이랄까. 집 지키는 개구쟁이 소년은 관계의 고립을 겪는 젊은 여성으로, 집에 침입하려는 도둑은 외계인으로 바뀐 설정이다. 친구와 얽힌 과거 사연을 빼곤 지극히 평범한 여성과 초능력을 지닌 외계인의 대결(무려 육탄전!)은 기이한 재미에 빠져들게 한다. 맞상대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싸움인데도 결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를 진척시키며 절묘하게 균형점을 찾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의 모습은 외계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그대로다. 머리는 크고, 눈은 새까맣고, 팔다리는 길쭉한 생김새 말이다. 예상치 못한 독특한 모습의 외계인을 기대할 수도 있을 텐데, 전형적인 외계인을 다양한 모양새로 변주했으니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는 깊이 있게 다룬 편이 아니어서 심오한 상징이나 해석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그렇다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영화는 아니다. 외계 존재와 트라우마를 엮어 그럴듯한 상상을 그려낸다.

단독 주연을 맡은 케이틀린 데버는 1인극에 가까운 영화를 완벽하게 이끈다. ‘누구도 널 지켜주지 않아’는 대사 한마디 없이 진행되는 무언극이기도 하다. 행동으로, 표정으로 영화를 꽉 채우는 케이틀린 디버의 연기를 보면 혼자서도 충분히 빛나는 차세대 배우임을 확신할 것이다. 넷플릭스 명작 시리즈로 꼽히는 드라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2019)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외전인 디즈니+ 로맨스 영화 ‘로잘린’(2022) 등 여러 장르를 섭렵하며 실력을 쌓아가는 케이틀린 디버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연출, 각본, 제작을 맡은 브라이언 더필드 감독은 SF 블록버스터 ‘인서전트’(2015), SF 호러 스릴러 ‘언더워터‘(2020) 각본을 담당했다. 넷플릭스 호러 코미디 영화 ’사탄의 베이비시터(2017)‘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리즈 ‘스컬 아일랜드’(2023)에서도 제작과 각본을 맡아 폭넓게 활동 중이다. 판타지 코미디 ‘터지기 전에’(2020)에 이어 두 번째 연출작 ‘누구도 널 지켜주지 않아’에선 (각본가 출신임에도) 대사를 사용하지 않는 과감한 형식과 SF 호러 중에서도 강렬한 바디스내처(신체 강탈) 장르를 선보인다. 감독의 개성보다 익숙한 SF의 조합이 앞서나가긴 해도 외계인의 은유나 장르 연출법은 깔끔하다.

올해 7월과 9월에 외계인과 관련한 뉴스들이 화제였다. 7월에 열린 미 의회 UFO 청문회에선 미 정부가 외계인 유해와 UFO 잔해를 숨기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으며, 9월 멕시코 의회의 첫 UFO 청문회에서는 1천 년 된 외계인 시신이라 주장하는 괴물체가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때문에 추석 연휴에 때맞춰 도착한 외계인 영화에 눈길이 더 갈지도 모른다. 존재 유무를 떠나 외계인은 언제나 흥미로운 작품 소재임이 틀림없다. ‘누구도 널 지켜주지 않아’는 킬링타임 영화에 가깝지만 외계인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는 성공한다. 의도했든 아니든, 나도 한번 외계인이 등장하는 작품에 도전하고픈 창작 욕구를 샘솟게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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