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아빠로 인생 2막 활짝 "모든 꿈 이뤘다"[인터뷰]

머니투데이 김나라 기자 ize 기자 2023.09.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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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초청작 '화란'서 보인 열연으로 인생작 경신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배우 송중기(38)가 인생 2막을 활기차게 열었다. 영화 '화란'으로 연기 갈증을 풀며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한 데 이어 재혼과 출산으로 인간 송중기로서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화란'(감독 김창훈, 제작 사나이픽쳐스)은 송중기가 일찌감치 작품성을 알아보고 먼저 '노 개런티' 출연을 제안한 영화로 관심을 모은 작품. 이에 그는 김창훈 감독의 첫 연출작에 홍사빈과 김형서(가수 비비) 등 신인들이 뭉친 저예산 영화에서 비중에 상관없이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송중기는 뜨거운 한류 인기에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톱스타이기에, 이례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전에 해본 적 없던 누아르물 도전에 작정하고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송중기. 위태로운 삶을 사는 조직중간 보스 치건 역할에 완벽하게 빠져들어 거친 카리스마를 발산,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송중기의 연기 열정은 결국 '생애 첫 칸 진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화란'이 지난 5월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된 것. 이에 송중기는 세계 최고 권위의 칸 무대에 서는 영광과 전 세계 영화인들의 호평을 받는 기쁨을 만끽했다.

'화란' 출연에 대해 송중기는 "친한 형님이 제안 주신 대본을 거절하는 자리가 시작이었다. 얘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어떤 작품을 해보고 싶냐'라는 질문이 나왔을 때, 제가 누아르 장르를 언급했다. 당시 타이밍에 감사하게도 많은 작품 제안이 있었지만 제가 느끼기엔 '요즘 왜 이렇게 업계 대본이 다 비슷 비슷하지?'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개인적인 취향 차이가 있으니, 매력을 못 느끼던 차에 또 새로운 걸 하고 싶던 차에 '화란' 시나리오를 접하게 된 거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처음 '화란' 대본을 읽고 양익준 감독님의 '똥파리'를 보고 나왔을 때의 신선함, 그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정말 해보고 싶은데 왠지 매니지먼트 대표님이 허락 안 해주실 거 같았다. 솔직히 수익성을 따져야 하니까. 근데 이놈의 시키(새끼)가 돈도 안 받는다고 그러고(웃음). 노 개런티 부분은 제가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반대로 제작사(사나이픽처스)에서 안 시켜주실까 봐 그런 것도 있다. 무엇보다 저 때문에 제작비가 올라가서 '화란'과 안 맞는 카체이싱이 생긴다거나 안 해도 되는 장면들이 만들어질까 봐 개런티를 안 받겠다고 한 거였다. 신인 감독님이라 괜찮겠냐 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그래서 더 신선할 거라 생각했다"라며 작품에 대한 넘치는 열정을 과시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사나이픽처스(대표 한재덕)는 '신세계' '검사외전' '아수라' '공작' '헌트' 등 다수의 굵직한 작품을 배출한 믿고 보는 제작사. 이곳의 많은 히트작 중 특히 전도연과 김남길 주연의 '무뢰한'을 가장 인상 깊게 봤다며 '찐' 팬을 자처했다. 송중기는 "'무뢰한' 제작사의 책이라는 점도 '화란'에 대한 확신에 한몫했다. 제가 '무뢰한'을 유독 많이 좋아한다. 열 번을 넘게 보고 또 봤다. 결과적으로 '화란'도 '무뢰한'과 같은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근데 저는 사나이픽처스가 '칸 맛집'이라는 생각도 못했고, 영화제에 대해선 기대한 바가 없었다. 한재덕 대표님이 뭘 툭툭 던져주시는 게 도움이 많이 되긴 했다. '무뢰한'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라고 작업 소회를 밝혔다.


누아르물에 대한 한이 맺힐 정도로 그토록 출연하고 싶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송중기는 "건달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화란'도 치건이 조직에 몸담고 있긴 하지만 그보다 연규(홍사빈)와의 관계성에 집중한 남자들의 멜로라고 봤다. 기존 문법과 다른 신선한 영화라 좋았던 거다. 찐득찐득, '똥파리'가 좋았던 그 느낌이 느껴졌고 안 해본 거라 정말 도전해 보고 싶었다. 욕을 먹든 칭찬을 듣든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하고 싶은 걸 해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후배들을 서포트하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지만 가장 첫 번째는 제가 좋아서 한 게 크다.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정서의 장르를 했다는 것, 거기에 대한 만족도가 크다. 그래서 솔직히 '화란'을 많은 분이 보셨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어른'에 대해서도 답했다. 송중기는 "치건의 최후가 비겁하게 연규를 놔두고 혼자 가버렸다고 생각한 편인데 책임감이 없다고 느꼈다. 그런 의미에서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좋은 어른이라는 생각이다. 리더일수록 비겁하면 구성원이 더 많이 힘들어질 거다"라고 말했다.

송중기, 아빠로 인생 2막 활짝 "모든 꿈 이뤘다"[인터뷰]
6월 출산한 아들에 관한 얘기엔 영락없는 '팔불출' 아빠의 모습을 보이기도. 급기야 송중기는 취재진 열댓 명이 모인 자리임에도 "너무 팔불출 같지만.. 우리 아들 보실래요?"라며 대뜸 본인의 휴대전화를 내밀어 웃음을 자아냈다.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톱스타 면모는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자식 자랑에 여념이 없는 우리네 부모님과 다르지 않았다. 송중기 휴대전화 화면 속 아들은 예상대로 선남선녀 부모를 똑닮은 훈훈한 비주얼에 똘망똘망한 큰 눈망울로 일순간 감탄을 터지게 만들었다.

그는 "아기 아빠가 돼서 변했다는 오글거리는 얘기는 못 하겠다. 아기가 이제 100일이 됐다"라고 말했지만 '아들 바보' 끝판왕에 등극, 부성애가 뚝뚝 묻어나며 달라진 태도를 체감하게 했다.

송중기는 이루고 싶은 꿈을 묻는 말에도 "진짜 솔직히 말하면 아기를 갖는 게 최고의 꿈이어서, 이제 다른 꿈이 없다"라고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송중기, 아빠로 인생 2막 활짝 "모든 꿈 이뤘다"[인터뷰]
한없이 다정한 가장이지만, 아내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에 관한 루머에는 분노를 금치 못했다. 송중기는 "와이프에 대한 이상한 얘기가 나왔을 땐 솔직히 밉기도 했었다. 어떤 기자들이 사실이 아닌데 상처가 되는 얘기를 쓰셔서. 그때는 화가 나서 소통을 닫은 부분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아직도 멀었구나 싶다. 솔직하게 잘 말씀드리면 되는 거였는데 상처받으니까 마음이 좀 그랬던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이내 그는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니까, 이젠 그냥 감사한 마음밖에 없다. 더더욱 유명한 배우이길 떠나서 내 아기한테 떳떳한 모습을 보여야겠다 그런 생각이 든다. 요즘 그런 의미에서 마음가짐이 좀 더 진지해지지 않았나 싶다"라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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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송중기는 최근 불거진 '경력 단절 발언' 구설수에 대해 해명,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저로 인해서 나온 얘기이지 않나. 사실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영어 인터뷰다 보니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건 무조건 내 잘못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신중해야겠다는 마음도 든다.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이 있으면, 실수했을 때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맞는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말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현명하게 대처했다.

송중기의 인생 열연이 담긴 '화란'은 오는 10월 1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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