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버스' 문제 해결했지만..수학여행 꺼리는 학교29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각 교육청을 대상으로 수학여행 취소현황을 집계하고 있다. 상당수 학교가 노란버스 문제로 수학여행을 취소했지만, 전체 취소 현황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청별로 집계가 된 곳도 있고 되지 않은 곳도 있다"며 "현재 취합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장 체험학습을 갈 때도 어린이 통학버스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일반 전세버스로 현장 체험학습을 갔다. 특히 경찰청이 지난달 '현장 체험학습 등 비정기적인 운행 차량도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수학여행을 준비 중이던 일선 학교에 혼란이 발생했다.
물량이 한정된 어린이 통학버스를 구할 수 없었던 학교들은 속속 수학여행 취소 결정을 내렸다.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경찰청은 이 자리에서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될 때까지 단속 대신 계도·홍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학교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불법인 것을 알게 된 이상 수학여행을 강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 자리 잡았다. 교육부는 지난 13일 또다시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자동차규칙을 개정해 노란버스가 아니라도 현장 체험학습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개정된 자동차규칙은 지난 22일부터 시행됐다.
추락한 교권과 학부모 민원..수학여행도 다르지 않다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취소된 수학여행은 본격적으로 재개되지 않고 있다. 학교와 교사들은 여전히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최연선 초등교사노동조합 정책연구국장은 "현장 체험학습에서 교사들의 책임이 면책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어 학교 차원에서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교사들은 현장 체험학습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등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전사고 외에 학부모들의 다양한 민원도 큰 짐이다. 가령 수학여행 식단의 반찬까지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이 수학여행을 꺼리는 이유가 단순히 노란버스만의 문제가 아닌 셈이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1만2154명의 유·초등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현장 체험학습 중 불의의 사고로 인한 학부모의 민원, 고소·고발 등이 걱정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88.5%에 이른다.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도 8.8%다.
해당 설문조사에선 학교 주관의 현장 체험학습을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률도 55.9%로 집계됐다. 교총 관계자는 "현장 체험학습 중 문제가 생기면 교권을 존중하기 보다 어떻게든 책임을 묻고 잘못을 잡아내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현장 체험학습을 나갈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현장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오랫동안 수학여행을 기대한 학생들은 '수학여행의 추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교육당국도 노란버스 문제 외에 대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과정의 일환인 체험학습은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기회"라며 "각 학교에 안전 매뉴얼 등을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