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드라마 속 사장님과 비밀연애, 이곳선 반전 결말…"1000억 반납"[글로벌 미생(美生)]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3.09.2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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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내맞선' 이미지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드라마 '사내맞선' 이미지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다음 중 드라마 배경이 미국이었다면 로맨스가 아니라 파국으로 치달았을 관계는 누구일까요.

① SBS드라마 <사내맞선>의 여자주인공 '김세정' 대리와 그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안효섭



② JTBC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의 총괄 예보관 '박민영'과 총괄 특보 '송강'

③ tvN 드라마 <진심이 닿다>의 변호사 '이동욱'과 비서 '유인나'



모두 '사내연애'를 그린 드라마 속 주인공들입니다. 현재 분위기라면, 대기업 사장님과 일반사원의 비밀연애를 그린 <사내맞선>은 적어도 미국에선 있을 수가 없는 이야기가 됩니다. 아마도 <사내맞선>이 미국 대기업을 배경으로 했다면, 드라마 마지막 회는 이사회에 불려가 질타받은 CEO(안효섭 배우 역할)가 사직서를 남기고 사랑을 선택하는 에피소드로 끝나지 않았을까요. 미국에선 실제로 벌어진 일이기에 가능한 '상상'입니다.

CNN, 맥도날드, 블랙록…
제프 주커 전 CNN 최고경영자(CEO) /AP=뉴시스제프 주커 전 CNN 최고경영자(CEO) /AP=뉴시스
1년 전, 미국 CNN방송 사장(CEO)과 부사장과 사내 연애를 하다 들통났는데, 사장은 사표를 써야 했습니다. 제프 주커 CEO와 앨리슨 골러스트 부사장의 이야기입니다.

일단, 불륜은 아닙니다. 두 사람 모두 한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경험한 '돌싱'이었습니다. 이사회에서 '합의하에 맺은 관계'라고 소명을 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됐을 때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주커 CEO도 회사를 떠나며 "관계가 시작됐을 때 그 사실을 공개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가 잘못했다"고 말했습니다.


2019년에는 맥도날드 CEO가 비슷한 일로 사퇴하면서 회사로부터 소송도 당했습니다. 스티브 이스터브룩 전 CEO는 회사 직원과 '특별한 관계'를 맺어놓고 한동안 이를 부인했습니다. 여러명의 직원을 만난 것으로 조사됐는데, 그중 한 명에게 특별 상여금 성격의 주식 보조금 지급을 승인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문제가 커졌습니다.

그는 결국 "CEO 재임 동안 나는 때때로 맥도날드의 가치를 지키고 회사의 리더로서 내 책임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재직 때 받은 주식과 성과급 1억500만달러(1416억 6600만원)를 회사에 토해내기로 합의했다고 합니다. 이후 맥도널드는 '인사 운용 가이드라인'을 강화했는데, 직·간접적인 보고체계에 있는 직원끼리는 데이트나 성관계를 금지합니다. 이를 어기면 해고할 수 있다고까지 명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CEO 중 한 명으로 거론돼 온 마크 와이즈먼 전무는 2019년 해고됐을 때도 "회사에 보고하지 않고 직장 동료와 합의된 관계를 맺었다"며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인다"고 했습니다. 블랙록은 직원들에 사내 연애 보고 의무를 명시한 회사 중 하나입니다.

임원은 사내연애 안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외에선 '당당히'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사규를 만드는 사례가 많습니다. 금지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인사팀에 해당하는 HR(Human Resoure) 팀에 관계의 시작과 종료를 '신고'해야 하는 조항을 만든 회사도 있다고 합니다.

미국 인적자원관리학회(SHRM)의 CEO인 테일러는 "임원들에 대한 통제가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며 "이사회에서 임원들, 특히 CEO 같은 'C레벨' 후보자 면담에서 '회사 직원과 관계를 맺은 적이 있거나, 그런 사람이 현재 있습니까?'라고 노골적으로 질문한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서 관계는 '어른들의 관계' 즉, 성적인 관계를 포함한 '로맨스'를 의미합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임원과 부하직원과의 연애를 금지하는 정책이 명문화되는 추세가 분명해지고 있다"고 짚습니다. 통상적으로 쉬쉬해왔던 사내 연애가 CEO의 해임 사유가 되면서입니다. 실제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사규에 임직원 간 로맨스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사내 연애 금지 규정을 포함시켜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로펌 위더스월드와이드는 "사내 연애가 공개됐을 때, 관계가 잘 유지되면 제3자들은 급여와 승진 결정에 편파적 요소가 개입할 것이라고 가정한다"며 "만일 관계가 나빠진다면, 남자든 여자든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당사자는 연애 관계로 인해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여론조사를 해보니…
연애의 설렘을 사규로 막을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직장인은 회사에서 커피를 마시고, 점심을 먹거나 업무상 회의를 하며 동료들과 함께 보냅니다. 자주 만나면 장점도 보이고, 매력도 느끼고, '썸'도 타고, 연애도 하게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사내 연애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올해 초 미국의 HR컨설팅 회사인 시프트워크숍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내 연애 관련 질문의 응답자 81%가 "직장 동료와 데이트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77%는 "직장 생활 중 동료와 성적인 관계를 맺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2022년 컨설팅회사 리브커리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 75%가 "직장 동료와 로맨스적 관계를 맺은 적이 있다"고 말했고 59%는 "성관계를 가졌다"고도 대답했습니다. 두 번의 설문조사 모두 응답자의 4분의 3이 사내 연애, 특히 직장 상사와의 연애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캐나다도 비슷했습니다. 2020년 채용정보업체 ADP가 캐나다에서 실시한 직장 내 로맨스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응답자의 1/3이 "직장 동료와 관계를 맺어봤거나, 맺고 있다"고 답했고, 이중 10%는 "고위직과 사내 연애를 했다"고 답했습니다.

국내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비슷한 설문조사가 있었습니다. 2021년 '사내 연애 한다? 안 한다?'라는 익명 여론조사에 5300명이 참여했는데, 70.7%(3744명)이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예측 가능한 문제를 막기 위한 회사의 노력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사의 관리자 입장에서 사내 연애는 무수한 '리스크'를 가진 주제입니다. 비밀연애라도 걱정, 공개 연애도 걱정, 그러다 헤어지면 제일 큰 걱정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특히 직원 간 위계에서 한 쪽이 상대방의 평가, 급여 검토, 승진 기회, 심지어 업무 할당까지 담당한다면 편애의 위험이 있고 팀 구성원이 편견을 인식할 위험이 도사립니다. 글로벌 대기업이 이사회에 회부할 수 있는 임원이라도 엄격하게 사내 연애 여부를 체크하고 따져 묻는 이유입니다.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에서 윤리경영을 강의하고 있는 웬디 패트릭 교수는 "사내 연애 금지는 이제 시대적 신호"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잠재적으로 야기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인식을 하기 시작하면서, 과거에는 없던 방식으로 개인의 행동을 지켜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은 사내 연애를 직접 통제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추세로 가는 듯합니다. 맥도날드의 경우 '인사 운용 가이드라인'에 직·간접적인 보고 관계에 있는 사원들끼리는 데이트하거나 성관계 맺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를 어기면 해고할 수도 있습니다. 메타(페이스북)의 직원 핸드북은 데이트 신청을 했다 실패한 동료한테 다시 데이트를 신청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이런 문화를 우리나라에 바로 가져올 수 있을까요? 노사관계에 정통한 법무법인 율촌의 유병수 변호사는 "쉽지 않다"고 답합니다.

유 변호사는 "국내 기업들 가운데 사내 연애 금지 내규를 가진 회사는 거의 없다"며 "기혼자의 불륜을 제외하면 사내 연애 자체가 소송으로 이어지는 청구원인이 되기엔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아직까지 사내 연애의 결말이 소송전으로 비화했다는 뉴스는 거의 없지만, 대부분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등 다른 사안으로 법정에 다다른다는 분석입니다.

기본적으로 '연애'에 대한 접근이 우리나라와 서구의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행복추구권이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일부 의견에도 끄덕여집니다. 다만, '임원'에 한정 짓는다면 어떨까요?

유 변호사는 "지나친 제약이 아니냐는 반발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직장 내 위계에 의한 편애 의혹, 구설, 인재 관리의 측면에서 책임이 있는 임원에 일종의 포괄적 '관리책임'을 두는 게 위법하다고까지 볼 수는 없다"고 해석합니다. 임원의 사내 연애가 종종 이해상충으로 여겨지거나, 그렇게 보여지는 것, 또는 끝난 연애 관계에서 임원이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방을 해고하거나 강등시킬 수 있다는 여지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또 임원의 사내 연애로 인해 제3의 직원들에게 비우호적인 근무 환경을 제공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참 동안, 글로벌 '미생' 들은 각자 사내 문화 속에서 직원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책임감 있게 '사내 로맨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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