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사진=머니투데이DB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한 복판에서 중국 축구계에 강력한 사정바람이 불고 있다. 전직 국가대표팀 감독에 이어 전 중국축구협회장까지 비리 혐의로 기소됐다. 축구열기에 걸맞지 않은 부진한 경기력으로 '대륙의 미스테리' 소리를 듣는 중국 축구계에 대한 시선이 냉랭하다. 또 다른 비리가 터질 뿐 축구실력은 나아지지 않을거라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관영 CCTV(중국중앙TV)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중국 검찰은 지난 2월 낙마한 천쉬위안 전 중국축구협회장을 비리 혐의로 정식 재판에 넘겼다. 지위를 이용해 뇌물을 받았고, 받은 뇌물의 액수가 특별히 컸다고 이들은 전했다.
천쉬위안의 낙마는 다시 강하게 불고 있는 중국 축구계 사정 바람의 정점 격이다. 중국은 앞선 지난해 11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선수로 뛰기도 한 리톄 전 중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비리로 쳐냈다.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된 한국 국가대표 축구선수 손준호와 그가 소속된 산둥 타이산 감독과 선수들도 줄줄이 조사를 받았고 연이어 구속됐다.
이런 개혁은 초반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중국 슈퍼리그의 많은 팀들이 임금체불에 처하자 협회에 대한 의문은 점점 커져갔다. 중국 축구대표팀이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자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천쉬위안을 위시로 전 국대감독, 전 협회 사무총장, 전 협회 징계위원장과 경기부장, 전 국대팀 관리국장 등등 고위직 14명이 줄줄이 조사를 받았다. 대부분 뇌물수수 혐의다.
비리를 적발하고 다잡겠다는 중국 정부지만 여론은 냉랭하다. 한 중국 축구팬은 "중국 축구계 사정의 새로운 단계가 끝났으니 중국 축구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는 글에 "(사정의) 또 다음 단계가 시작될 뿐"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축구 전반의 수준향상을 기대하기엔 중국 축구계의 구조적 문제와 모순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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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축구의 지속되는 부진한 경기력은 세계 축구계의 난제다. 자국 리그가 흥행하는 데다 시장규모도 어지간한 축구 강국들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크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구단 스폰서 시스템도 잘 구축돼 있다. 천쉬위안 본인도 부두노동자로 시작해 기업인으로 성공, 상하이국제항만그룹(SIPG) 회장이 되자 명문구단 상하이를 인수, 상하이 SIPG로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건 2002년이 유일하다. 그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빅리그로 진출한 선수들도 중국 축구가 거품으로 가득차 있다는 사실만 확인시키고 자국 리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과에 따라 중국 축구계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중국 축구에서 2010~2019년은 이른바 중국 축구 발전의 황금기라고 불렸다. 수십억달러가 투자됐다. 그러나 거품은 카타르월드컵 진출이 좌절된 2020~2021년에 여지없이 꺼졌다. 중국 국가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 이전까지 2년간 국제대회에서 단 4승을 거뒀는데, 모두 세계 축구 순위 90위권 밖의 팀이었다. 천문학적 투자는 결론적으로 부패에 휘말려 사라졌고 남은 건 초라한 성적뿐이었다.
중국 체육계의 비리와 부패 문제는 비단 축구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리야광 전 중국 농구협회 부총재를 비롯해 전 조정협회장, 현 육상협회장 등 행정계 저명인사들이 모두 반부패 캠페인에 엮여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에선 2014년 중국 체육계가 대대적으로 물갈이됐던 사건과 유사하게 전개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스포츠 전문가이자 스포츠 작가 로버트 한은 "중국 스포츠계 현상황은 메달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완고한 권력구조와 규제의 부재, 매니지먼트 실패를 반영한다"며 "스포츠의 원천적인 권력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은 계속해서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