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도 아닌데 열나" 결국 실신…건강한 2030도 쓰러뜨리는 '이 병'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3.10.0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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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편집자주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입니다. 작은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소중한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올 상반기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건강 기사를 갈무리해 소개합니다.

'놀면 뭐하니' 김태호 PD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진행된 '2021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MBC 2021.12.29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놀면 뭐하니' 김태호 PD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진행된 '2021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MBC 2021.12.29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뇌수막염은 일반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아이나 고령층, 만성질환자에게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성인도 뇌수막염에 걸리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뇌수막염 환자는 10대보다 20대, 30대가 더 많았다. 무한도전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한 김태호 PD를 비롯해 배우 윤계상과 고경표도 뇌수막염 투병 사실을 고백한 바 있다.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박수현 교수는 "면역력이 저하된 경우 누구나 뇌수막염에 걸릴 수 있다"며 "최근에는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 운동 부족, 과로가 겹쳐 평소 건강한 성인도 뇌수막염이 발생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열·두통 등 감기와 증상 비슷해
뇌수막은 뇌와 척수를 감싸고 있는 막이다. 뇌수막 사이에는 액체 성분인 뇌척수액이 있어 외부의 충격을 완화해 준다. 뇌수막염은 바이러스·세균 등의 병원체가 뇌수막과 뇌척수액으로 침투해 감염으로 인한 염증을 발생시키는 병으로 이로 인해 뇌와 척수가 자극, 압박받아 다양한 이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뇌수막염의 초기 증상은 발열과 두통 등 일반 감기와 비슷하다. 구토·복통처럼 소화기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어 위장병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목이 뻣뻣해져 고개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거나 구토와 고열로 실신할 수도 있다. 박 교수는 "뇌수막염은 일반적인 감기나 독감보다 고열과 두통의 강도가 심한 편"이라면서 "뇌수막염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구 대비 비교적 흔한 질병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열이 나면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기도 아닌데 열나" 결국 실신…건강한 2030도 쓰러뜨리는 '이 병'
뇌수막염은 크게 바이러스가 침투해 발생하는 '무균성 뇌수막염'과 세균으로 인한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구분한다. 무균성 뇌수막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장바이러스로 전체 무성 뇌수막염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일본 뇌염 바이러스, 헤르페스 바이러스, 볼거리 바이러스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장바이러스에는 에코 바이러스, 콕사키 바이러스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각각의 독성에 따라 유행의 규모나 증상 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혈액에서 증식한 세균이 뇌 혈액 장벽(brain blood barrier)을 뚫고 뇌척수액으로 유입되거나 중이염, 두개골 기저부에서 세균 감염이 퍼지며 발생할 수 있다. 세균성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균은 폐렴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Hemophilus influenzae), 수막구균(Neisseria meningitides)이다. 연령대별로 주요 원인균이 다른데 폐렴구균에 의한 뇌수막염은 대게 젊은 층, 40대 이후 많이 발생하고 수막구균 감염은 주로 소아·청소년을 노린다. 인플루엔자균에 의한 뇌수막염은 2013년 국가 필수예방접종으로 무료 접종이 가능해지면서 최근에는 눈에 띄게 줄었다.

세균성 뇌수막염, 치사율 10~15% 달해
뇌수막염이 의심될 때는 원인균을 구별하는 뇌척수액 검사를 진행하고 세균이 문제라면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해 제때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감염 경로로 의심되는 비강, 인후, 객담, 구토물, 대변 등 검체를 배양하거나 바이러스 검사를 병행하기도 한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해도 치사율이 평균 10~15% 정도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독감(0.03~0.07%)이나 코로나19(COVID-19)의 치명률(0.04%)보다 훨씬 높다.

특히 뇌수막염은 영유아나 고령층처럼 면역력이 약한 경우 더욱 위험하다. 박 교수는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에 의한 뇌수막염의 치사율은 2~5%, 수막구균에 의한 뇌수막염은 10~15%, 폐렴구균성 뇌수막염은 약 30%가량"이라며 "세균성 뇌수막염을 겪은 환자의 5명 중 한 명은 뇌 손상으로 인한 지적 기능 감소, 기억력 상실, 청력 감소 또는 소실, 사지 절단 등의 중증 영구장애를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감기도 아닌데 열나" 결국 실신…건강한 2030도 쓰러뜨리는 '이 병'
반면 무균성 뇌수막염은 안정을 취하면서 수액 공급과 발열, 두통, 복통 등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박 교수는 "대부분은 뇌 영상과 뇌척수액 검사를 시행한 후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하지만, 세균성 뇌수막염의 가능성이 아주 배제되지 않거나 뇌척수액검사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즉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65세 이상은 백신 접종,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철저히
뇌수막염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원인균에 대한 백신 접종이다. 특히 65세 이상은 폐렴구균, 수막구균,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에 대한 백신 접종이 필수적이다. 일반 성인도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백신을 맞는 게 좋다.

뇌수막염은 주로 감염된 사람의 침, 가래, 콧물과 같은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전파된다. 일반적으로 뇌수막염 증상이 나타나기 1~2일 전부터 증상이 나타난 뒤 10일까지 전염력이 지속된다. 아이러니하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개인 방역에 신경 쓴 결과 뇌수막염 환자도 2019년 1만4305명에서 2020년 5850명, 2021년 4867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태정 교수는 "외출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이 환자 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뇌수막염은 다른 감염병처럼 예방을 위해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세균성 뇌수막염 중 수막구균에 의한 뇌수막염은 전염성이 높아 환자를 격리 치료해야 하며 환자와 접촉한 가족, 의료인에 대한 예방적 치료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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