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올 1월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앞에 정차한 스쿨버스의 모습./사진=뉴시스
경기 성남시에 사는 학부모 황모씨(40대·여)는 최근 초등학생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수학여행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고 이같이 말했다. 이 학교에선 이른바 '노란버스 사태'로 학생들의 현장학습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논의 끝에 수학여행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학교 현장 체험학습용 전세버스에 '어린이 통학버스 기준'을 적용하도록 하는 '노란 버스 논란' 이후 교육 현장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당국이 전세버스로도 현장학습을 갈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현장학습 취소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지난 7월 경찰청이 법제처 해석을 근거로 교육부와 전세버스조합연합회 등에 "만 13세 미만 어린이가 현장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을 할 때는 통학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낸 사태 초반만 해도 노란버스를 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현장학습을 취소하는 학교가 많았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전국 초등학교가 버스회사와 현장학습을 위해 계약한 차량은 5만대에 달하지만 어린이 안전에 특화된 노란버스는 경찰청 등록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6955대에 그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5일 경기도 용인시 한국민속촌에 현장체험학습을 나온 어린이들이 조롱박 터널에서 뛰놀며 가을 정취를 느끼고 있다. 그러나 전국 대부분 초등학교에선 이런 가을소풍을 대거 취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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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학부모 이씨는 "어른들의 행정 처리 때문에 또다시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는 말이 있다"며 "노란버스가 필수라고 선언하기 전에 수량을 먼저 파악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수학여행 등 현장학습과 관련한 교사들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장학습 중 예측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 아이들이 다칠 경우 교사들에게 과도한 책임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광주시의 한 교사 A씨는 "교사가 아이들을 잘 돌보고 아무리 안전 교육을 실시해도 문제가 발생하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노란버스 문제에 대한 법률적 보완과 함께 교사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부분도 고민해야 현장학습의 진정한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체험학습 등이 있을 때 교사들이 계획을 세우고 버스 계약도 직접 하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며 "노란버스 문제를 논의하는 김에 이런 부분도 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나면 보험사에서 사고를 처리해주는 것처럼 교육 활동 중 사건이 발생하면 교사가 나서는 것이 아니라 학교나 교육청에서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며 "이렇게 해줘야 교사도 안심하고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