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대필' 현직 검사 집행유예 판결 파기환송…대법 "증명 부족"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3.09.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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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15.8.20/뉴스1  =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15.8.20/뉴스1


대학원생들이 대신 작성한 논문을 예비심사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현직 검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증명 부족을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지난 14일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정모 검사(44)에 대해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정 검사의 여동생인 모 대학 전직 교수 정씨(43)에 대해선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정 검사는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하던 2016년 11월, 노모 전 교수(64)가 자신의 학생들을 통해 대신 작성·수정한 논문을 박사학위 예비심사에 발표해 대학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동생 정씨는 2018년 노 전 교수 등이 작성·수정한 논문을 자신이 작성한 것처럼 법학연구학회에 제출한 혐의 등을 받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 예비심사 자료의 작성경위에 관한 정 검사의 변소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정 검사가 이 사건 예심자료의 초고를 작성했거나 최종본 수정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노 전 교수 등이 예비심사 자료를 대신 작성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지도교수인 노 전 교수에 의해 수정·보완을 거친 자료를 예비심사에 제출했다 해도 예비심사 업무의 주체인 대학원장의 오인·착각을 일으키게 해 이를 이용하거나, 업무방해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학위청구논문의 작성계획을 밝히는 예비심사 단계에서 제출된 논문 또는 자료의 경우에는 논문지도교수의 폭넓은 지도를 예정하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학위논문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며 "운영규정상 예비심사에 제출할 논문의 분량이나 형식 요건에 관해 아무런 제한이 없다. 실제 예비심사용 자료로 제출되는 문서는 목차 위주의 미완성인 경우도 있고, 논문 형식이 아닌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예비심사 자료가 노 전 교수 등에 의해 대작됐으며 그로 인해 (대학)원장의 박사학위 논문 예비심사 업무가 방해됐다고 단정했다"며 "원심이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동생 정씨에 대해선 원심의 판단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형을 확정했다.

앞서 1심은 정 검사 남매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이들에게 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양형을 바꿀 만한 새로운 사정을 찾을 수 없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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