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딸 김모양은 실종 6일 만인 그해 10월6일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강원도의 한 야산에서 발견된 그의 몸엔 타살의 흔적이 역력히 확인됐다. 과연 김양에게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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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은 턱에 악성 종양이 자라나는 희소병 '거대 백악종'을 앓으면서 자신과 같은 병을 갖고 태어난 딸을 극진히 돌보는 미담의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그는 계속된 수술로 잇몸에 어금니만 남아 '어금니 아빠'로 불리며 12억8000만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영학은 13년 만에 악마가 돼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딸에게 "엄마가 죽었으니 엄마 역할이 필요하다", "김양이 예쁘니까 김양을 데려오라"고 시켜 김양을 자택으로 유인했다. 이후 김양에게 수면제 등 향정신성 의약품이 든 음료수를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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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은 각종 성인용품으로 A양을 추행했다. 김양이 이튿날 낮 12시30분쯤 깨어나 저항하자, 이영학은 넥타이와 수건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후 김양의 사체를 가방에 실어 강원도의 한 야산 절벽 아래에 유기했다.
이영학 "김양, 실수로 죽어…내가 안 죽였다"
= 2018.9.6/뉴스1
범행을 끝낸 이영학은 딸과 함께 모텔을 전전했다. 그러다 친구 박모씨가 구해준 서울 도봉구의 은신처에 숨어 있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영학은 당초 김양의 사체를 유기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살해한 것은 아니라고 발뺌했다. 자살을 위해 영양제에 약을 섞어놨는데, 김양이 실수로 이를 먹어 숨진 것이라는 식의 주장을 내놨다.
다만 거짓말은 오래가지 못했다. 딸 이양이 경찰에 "아빠가 친구를 죽였다.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진술하면서, 이영학 역시 검거 5일 만에 모든 범행을 자백했다.
이영학, 아내에 성매매 강요까지
=. (뉴스1 DB) 2018.11.29/뉴스1
그 결과 경찰은 이영학이 퇴폐 마사지업소 등을 운영하며 성매매를 알선한 정황을 파악했다.
심지어 이영학은 성매매에 아내 최씨까지 끌어들였으며, 자신의 계부와도 성관계를 갖게 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 그의 휴대폰에서는 최씨 등 자신이 모집한 여성의 성관계 영상도 다수 발견됐다.
재판에 넘겨진 이영학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은 "살인이 다소 우발적이었고, 범행 직전 그의 정신상태가 불안했으며, 재범 우려가 매우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이후 대법원은 2018년 11월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영학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된 딸은 대법원에서 1·2심이 선고한 장기 6년·단기 4년형을 확정받았으며, 현재는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