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급대책에도 못 미더운 '270만호 공급계획'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3.09.27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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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최근 부동산 시장에는 긍정적인 조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100만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고 윤석열 정부 5년간 270만호 공급계획도 차질없이 달성하겠습니다."



26일 열린 제6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한 발언이다. 정부는 이날 공공·민간 부문 공급 정상화를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공공주택 12만호를 조기 공급하고, 민간 사업장 자금줄을 사실상 '무제한' 지원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현재 국내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긍정적인' 진단과 다소 차이가 있다. 이번 공급 대책의 지표인 8월 기준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1만2757호 수준이다. 지난해보다 40%가량 감소했다. 정부가 설정한 올해 47만호, 내년 누적 100만호에 크게 못 미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매달 인·허가 물량이 종전 두 배 수준인 6만호를 웃돌아야 한다.



착공 실적도 저조하다. 전국 착공 주택은 8월 누적 11만3892호로, 지난해 26만1193호 대비 반토막(56.4%)이 났다. 수도권 5만6473호, 지방 5만7419호로 각각 56.9%, 55.9% 급감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9392호로 늘어나면서 1만호를 넘보고 있다. 이번 공공 12만호 공급계획을 들여다보면 신규 물량은 절반 이하다. 3기 신도시의 자족용지·녹지 비율을 낮춰서 확보한 3만호, 신규 추가 택지 2만호 정도다. 그나마 추가 물량을 확보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부동산 시장의 공급을 활성화하기에는 아쉬운 수준이다.

민간 부문 대책도 실효성 우려가 벌써 나온다. 직접적인 공급보다 건설사 지원에 초점을 두면서다. 공적보증 영역을 100%까지 확대해 건설사들의 막힌 자금줄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자금난 해소가 주택공급 확대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금리, 원자재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서다. 뾰족함 없는 이번 대책 발표 이후 오히려 시장의 물음표는 커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쓰잘머리 없는 대책', '물량공급 시늉만 한다' 등 실망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270만호 공급계획에 대한 현실성을 되짚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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